주민세, 자동차세 등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수 백억원의 현금을 자기앞수표로 교환해 재산을 은닉해 온 고액체납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10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최근 2년치 자료를 확보해 조사한 결과 고액 체납자 623명이 1만3857회에 걸쳐 1714억원을 수표로 교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들의 총 체납액 규모는 812억원이다.
가장 많은 액수를 교환한 체납자는 50대 사채업자 A씨로 교환 금액이 438억원에 달했다. A씨는 자동차세 등 41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해왔다. 서울시가 A씨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자 그는 친구에게 차명으로 보관해 둔 가상자산을 그제서야 납세담보로 내놓은 상황이다.
10억원에 달하는 자기앞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했으면서도 돈이 없다며 지방세 2억8000만원을 체납한 사례도 있었다. 이 체납자는 금융사기로 현재 교도소에 수감됐으며 38세금징수과 조사관들이 배우자 거주지 가택을 수색한 결과 옷장에서 현금 1700만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는 제2금융권에도 유사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새마을금고·신협·저축은행 등 587개 금융기관에 자기앞수표 교환 내역 확인을 위한 금융거래정보제공 요구서를 보냈다.
체납자들이 보유한 주식도 무더기로 드러났다. 시는 28개 증권사를 통해 고액체납자 투자 현황을 조사, 380명이 974개 계좌에 평가금액·예수금 등 총 1038억원을 보유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284명이 보유한 주식 818억원어치와 예수금 24억원은 즉시 압류 조치했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최근 수표를 비롯해 주식 등 금융 자산이 체납자 재산 은닉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회피하는 체납자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성실하게 납세하는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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