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주식시황 담당 애널리스트인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인플레이션 민감도는 낮아졌지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여전히 코스피지수 상단을 제한한다”며 내놓은 코멘트 제목이다.
외국인 매수에 대한 염원은 대다수 투자자가 한마음이다. 이런 염원이 효과를 발휘한 듯 HMM은 전날 장 막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며 2.43%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 매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리밸런싱 효과였다. MSCI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변경된 지수 기준일(28일) 전날 리밸런싱을 단행한 것이다.
펀드매니저 A씨는 “인덱스 기준일에 맞춰 외국인이 기계적으로 사고판 것일 뿐”이라며 “외국인 수급에 대해선 ‘앞으로도 계속 팔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미국 주식 외엔 안전자산이 없으니 한국 주식을 마음 놓고 살 외국인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라는 얘기다.
외국인 매수 공백에 G2(미국 중국)의 물가 잡기 행보가 본격화되는 분위기여서 지수 상승을 기대하기 부담스러운 국면이란 진단이다. 그렇다고 지수 하락에 힘이 실리는 상황도 아니다.
애널리스트 B씨는 “비트코인 폭락으로 증시도 심리적으론 바닥을 본 느낌”이라며 “비트코인이 반등한다면 증시도 힘을 받겠지만 비트코인은 횡보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지수는 어정쩡한 흐름이 예상되는 대신 종목장세가 벌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백시네이션(백신 접종) 수혜주를 비롯한 각종 테마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선 영국의 백시네이션 효과를 특히 주목한다.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거의 사라지는 게 뚜렷이 확인되고 있어서다.
한국 상황도 기대를 키운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있고 오는 7월부터는 백신을 맞으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져 코로나 이후 세상을 그리며 종목 찾기가 활발해지고 있다.
백시네이션 수혜주로는 여행, 레저, 의류, 쇼핑 등이 꼽힌다. 백신 이후 정상화되는 소비로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넘어선 종목도 있다.
여행 및 레저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여행레저’는 지난해 초 코로나19 이전 고점 대비 20% 뛰었다. 이달에만 15% 올랐다.
A씨는 “실적 개선을 증명하는 숫자가 아직 없는데도 주가가 선반영하고 있다”며 “백시네이션 종목장세가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종목들이 들썩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목장세에 편승해 테마주도 여럿 고개를 들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주가 주목받았고 미사일 거리 제한이 없어지면서 항공우주 테마가 힘을 받기도 했다. 오를 만한 종목들에 대한 구실을 내세운 투자 아이디어가 더 쏟아질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지난 15일 상장사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이 끝난 점도 종목장세와 테마주가 활기를 띠는 배경이란 지적이다.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은 상장폐지 종목과 관리종목이 정리되는 시기인데, 이때가 지나면 으레 종목장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향후 1년은 상장폐지 걱정이 없다는 안도감이 중소형주 종목장세와 테마주에 불을 지피는 셈이다.
투자자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실제 실적 개선이 뒷받침될 종목을 가려내 투자하고, 짧게 반짝할 테마를 피하는 게 핵심이다. 섣부른 판단으로 종목장세와 테마에 휩쓸리면 그냥 현금 들고 있는 것보다 못한 결과가 돌아오기 십상이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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