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의 신호등' 신용등급

입력 2021-05-31 09:02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나라는 신용등급순이에요.” 지구촌 경제에서 국가별 신용등급은 중요한 신호등입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에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나라에는 서로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죠. 신용등급은 개인들이 중요시하는 의리, 우정, 관계로 평가되지 않고 오로지 ‘돈을 잘 갚느냐 마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이죠. 국가 신용등급 평가에 인간미는 없습니다.

나라도 개인이나 기업처럼 돈을 빌릴 때가 있습니다. 돈을 서로 빌려주고 받으려면 공신력 있는 신용평가가 뒤따라야 합니다. 믿을 만한 신용평가 주체와 객관적인 평가 항목, 잣대가 필요하죠. 신용평가는 그 성격상 돈을 많이 빌려주거나,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에서 발달했습니다. 미국이죠. 돈을 빌려준 뒤 떼이지 않으려면 국가별 신용등급이 있으면 좋겠지요.

국가신용평가와 관련한 신문 기사나 방송 보도가 나올 때 여러분은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000사’라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을 겁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를 말합니다. 미국이 번창하던 19세기 중반과 20세기 초기에 설립됐다고 하니 신용등급 평가 노하우가 어마어마할 듯합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서로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등급을 표현합니다. 영어 알파벳 대문자 A, B, C, D와 소문자 a, b와 1, 2, 3 숫자를 이용합니다. A가 많을수록 좋다고 보면 됩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나라와 기업은 돈을 빌릴 때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돈 갚을 능력이 그만큼 낮기 때문에 이자를 많이 내야 하죠. 신용이 높은 사람이 은행에서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리는 것과 같습니다. 돈을 빌려 놓고선 못 갚겠다고 나자빠지는 나라도 있어서 골치입니다만, 신용등급이 좋은 신호등 역할을 하는 것은 맞습니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를 보면 경제가 성장할 여력이 많고, 정부의 재정과 국가 채무 규모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으며, 좋은 기업이 많은 나라입니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싱가포르가 대표적인 곳이죠. 신용평가사들은 대한민국을 아직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디스는 일본 중국보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적자 살림살이를 늘리고, 국가채무를 증가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점점 높아가는 게 흠입니다. 보다 자세한 신용등급의 세계는 4, 5면에 있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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