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 기술과 스텔스 기술은 창과 방패다. 현대전에서 스텔스 기술은 탐지 기술의 발전과 역사적으로 관련이 깊다. 군사 기술에서는 소리, 빛, 열, 레이더 신호를 활용하여 적을 탐지하는 기술과 그런 신호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스텔스 기술은 신호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매우 다양한 기술적 수단이 모여서 이뤄진 종합기술이다. 현대전에서 스텔스 능력의 보유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매스컴을 통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스텔스 기술은 한글로는 ‘은폐 기술’로 해석될 수 있는데, 잘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잘 보이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해서 흔히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쉴드의 공중항공모함 헬리케리어의 능동위장 모드나 ‘해리포터’의 투명 망토와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광학신호(가시광선)에 대한 은폐 기술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고, 실제 군사 기술에서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음파, 적외선, 레이더파와 같은 신호를 이용하여 탐지하는 기술과 그에 대한 은폐 기술이 종합적으로 다루어진다.
전자파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해상도가 높은 정보를 담기에 유리하다. 이는 우리가 쓰는 휴대폰이 기존에 3G에서 4G, 5G로 점점 사용 주파수 대역을 높이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군사 기술에서 가시광선을 사용하면 가장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레이더파에 대한 스텔스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적외선 및 가시광선이 단지 수㎞ 또는 수십㎞의 관측 가능한 거리를 가지는 데 비해 레이더파는 수백㎞의 관측 가능 거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를 덮고 있는 대기가 신기하게도 약 40㎓ 이상의 전자파에 대해서는 산란하거나 흡수하는 성질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레이더파 중에서도 낮은 주파수의 전자파가 낮은 출력으로도 더 먼 거리까지 관측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 기술과 관련이 깊다. 레이더의 원리는 박쥐가 일정한 방향으로 발사한 후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그 물체의 방향과 거리를 파악하는 것과 비슷하다. 최초의 레이더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에서 유학하던 두 일본 사람이 고안한 지향성(특정한 방향으로 전자파를 방사하는 성질) 안테나인 야기-우다 안테나를 활용한 레이더인데, 정작 일본보다는 연합군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레이더는 전자파를 방사하고 그 전자파가 되돌아온 방향과 그 걸린 시간을 이용하여 사물을 파악하는 기계다. 레이더파는 어느 정도의 단면적을 가진 빔(beam) 형태로 방사되는데, 그 빔의 단면적은 마치 손전등 빛처럼 레이더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커진다. 또한 주파수가 낮을수록 이 단면적은 더욱 커진다. 빔의 단면적은 해상도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빛보다 낮은 주파수를 활용하는 레이더는 당연히 사람이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보다 매우 낮은 해상도로 물체를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레이더파의 주파수는 관측 가능 거리와 해상도라는 상반되는 특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사전에 적의 접근을 미리 알려주는 조기경보용 레이더는 같은 출력으로도 먼 거리(약 600㎞ 이상)를 탐지할 수 있는 S밴드(2~4㎓)나 L밴드(1~2㎓) 등의 낮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지만, 더 짧은 거리(200~400㎞)에서 정밀한 추적 능력이 필요한 대부분의 항공기용 사격통제 레이더들은 더 높은 해상도를 얻기 위해 X밴드(8~12㎓) 또는 그 이상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더 근거리에서 항공기의 꽁무니를 추적하는 미사일은 적외선과 가시광선의 일종인 레이저 신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코팅 대신에 동체 자체가 레이더파 흡수 성능을 가지는 전파흡수구조 기술뿐만 아니라 자기 레이더파만 선택적으로 투과하는 레이돔, 동체 내부에 삽입되어 바깥으로 도드라지게 나타나지 않는 통신용 안테나, 상대방 레이더파가 조종석 내부로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전자파 차폐 캐노피 등의 다양한 기술적 수단이 종합적으로 모여서 최종적으로 레이더파에 대한 우수한 스텔스 성능을 확보한다. 적외선 스텔스 기술로는 동체와 엔진 열로 인한 적외선을 차단하거나 흡수하는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스텔스 기술은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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