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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트위터,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그루폰, 스카이프, 깃허브, 리플 그리고 클럽하우스 등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같은 사람이 초기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미국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호로위츠의 공동창업자이자 무한책임출자자(GP)인 벤 호로위츠(사진)다.
컬럼비아대와 UCLA(석사)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호로위츠는 테크회사의 엔지니어로 시작해 라우드클라우드와 옵스웨어를 설립한 최고경영자(CEO)였다. 그는 2007년 옵스웨어를 휴렛팩커드(HP)에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매각한 뒤 2009년 벤처캐피털 업계로 뛰어들었다.
이후 그는 연이어 성공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엔지니어, 창업자, CEO, 투자자 등 수많은 직함을 달고 ‘실리콘밸리 슈퍼스타’로 불리는 호로위츠는 최근 조직관리에 관한 책을 한국에 출간하고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그는 29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직관리를 다룬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해 “젊은 경영자였을 때 CEO의 임무를 이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그래서 수십 권의 책을 읽었지만 많은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그러다가 앤디 그로브의 《고출력 관리(High Output Management)》란 책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최고 회사였던 인텔의 CEO인 그로브가 이런 책을 쓸 필요가 없었는데도 책을 냈다는 게 너무 고마웠다”며 “나도 성공하면 젊은 경영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출간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를 예로 들었다. 그는 “GM 역사상 최초로 여성 CEO인 메리 바라가 10쪽에 달하는 임직원 복장 규정을 ‘적절하게 입을 것(dress appropriately)’이라고 단 두 마디로 줄였지만, ‘적절하게’의 모호성 때문에 조직문화가 되지 못했다”며 “구성원들이 상황에 따라 ‘왜’라고 물을 때 그에 대한 논리적이고 합당한 답변을 CEO가 분명하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가 정립됐더라도 적절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그러면서 차량 호출업체 우버를 거론했다. 그는 “우버를 성공으로 이끈 문화는 ‘경쟁력과 속도’인데 이 과정에서 다른 축인 윤리가 빠졌다”며 “이 때문에 경쟁과 속도에서 이기기 위해 경쟁사를 해킹하는 불법적인 일이 발생했고, 사내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고성과자인 가해자를 탓하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에서 직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를 예로 들었다. 페이스북과 신생 테크기업이 있다면 페이스북은 직위를 낮게 설정하는 문화가 맞는 반면, 테크기업은 반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최고 위치에 있는 페이스북은 직위를 낮게 설정해도 인재 영입에 어려움이 없고, 기존 인력보다 신규 직원이 높은 직위를 받는 일을 방지할 수 있지만 신생 테크기업은 반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로위츠는 ‘조직을 수평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의 조직문화에 관한 질문엔 “넷플릭스는 창의적이고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회사이므로 헤이스팅스가 형성한 문화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다른 맥락에서 보면 직원들이 높은 성과자로 올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결국 CEO의 주된 임무는 적절한 문화를 구축해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하고 이를 조직원이 납득하고 호응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 투자한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인터넷에 접속해 당신의 아파트에 매트리스를 놓고 임대하라는 것은 당시엔 나쁜 생각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호텔이 모두 꽉 찼을 때 실제로 해보니 500명의 사람이 이 서비스를 신청했다”며 “인터넷을 이용해 이런 공간을 평가하며 품질도 보장할 수 있다는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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