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첫 전국 합동 연설회가 광주에서 막을 올렸다. 앞서 1차 예선 경선 성적표를 받아든 이준석·나경원·주호영·홍문표·조경태 후보는 각자의 ‘맞춤 전략’을 구사하며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굳히기’에 들어간 이준석 후보에게 맞서 나머지 후보들은 판을 뒤집기 위한 새로운 공약을 내세우는 동시에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당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 후보자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2019년 홍콩민주화운동의 시대 정신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는 올곧은 민주주의로 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당원들은 앞으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민주주의 파괴자들에게 맞서는 수호자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특히 젊은 세대는 위선과 오만에 젖은 새로운 민주주의 방해자인 문재인 정부와 맞서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절대적인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운영에서의 ‘공정과 민주성’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당의 운영도 민주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하겠다”며 “공천은 실력 검증과 국민, 당원의 의사가 최우선시되는 민주적 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 역시 개방과 공정 경쟁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당의 호남 확장에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호남에서 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그동안 우리는 당의 일부 강경보수층의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두려워하며 그들이 주장하는 음모론과 지역 비하와 차별을 여과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은 호남과 제주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서울 여의도에 들락거리는 인사들이 누릴 수 있는 할당제보다는 국회의원·지방의원 선거 석패율제 도입 등을 고민해서 호남과 제주의 민심을 녹여내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구당 청년 지방의원 1인 공천’ ‘대통령·국회의원 피선거권의 나이 제한 폐지’ 등 청년 공약도 내세웠다. 또 “정권교체 이후 호남 출신 각료가 30%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계파 공세는 한층 강화했다. 지금까지 나 후보자는 “특정 계파와 연관된 정치인은 공정한 대선 관리가 어렵다”며 공세를 취하면서도 직접적 언급은 피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이 후보자는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당대표가 특정 대선 후보에 대한 선호가 강하면 야권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예선 경선에서 1, 2위를 차지한 이 후보자와 나 후보자를 동시에 비판했다. 먼저 이 후보자에 대해 “국회 경험, 큰 선거에서 이겨본 경험도 없으며 자신의 선거에서도 패배한 원외 당대표가 대선이라는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나 후보자에 대해서는 “중도를 허황된 것이라 믿는 후보의 용광로에는 무엇이 담기겠나”라며 “중도·호남·청년이 빠진 용광로는 가짜 용광로”라고 꼬집었다.
홍문표 후보자는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청년에게 직접 법을 다루는 권한과 예산을 줘야 한다”며 “청년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조경태 후보자는 “여야를 떠나서 가장 필요한 혁신과 쇄신은 공천 혁신”이라며 “대선 후보,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한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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