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갑작스레 ‘원전 조기 폐쇄가 부당했다’는 결론을 정해 놓고 감사를 조작했다며 수사한다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어느 모로 보나 공무원이 조직적으로 자료를 위조해 경제성을 조작한 ‘국기문란 범죄’라는 판단이 내려진 상황이다. 국가 핵심 정책 수행 과정이 더 큰 불법으로 얼룩지는 것을 막아낸 성과에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아닌가. 사법행정의 중추인 검찰이 ‘감사원 때리기’에 동원된 것은 감사원의 임무를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로 규정한 헌법 정신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말도 안 되는 이런 수사를 결정한 검찰 조직 전체의 건전한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 원장이 피조사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해온 환경단체 고발이 이번 수사의 빌미가 됐다. 하지만 친정부 성향 감사위원이 똘똘 뭉쳐 최 원장을 압박하고 합리적 감사 절차 진행을 방해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오히려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수사 착수 시점도 미묘하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대전지검의 ‘기소 승인’ 요청을 대검이 뭉갠 직후에 시작됐다. 전대미문의 보복수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직제상 대통령 소속기구지만 헌법에 따라 직무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는 노골적인 감사원 압박과 다름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찍어내더니, 이제는 감사원 감사도 권력의 구미에 맞추라는 것이냐는 반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분명한 검찰권 남용이자 권력 남용이다. 권력의 눈치를 본 공무원의 불법을 모른 체해야 한다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는 원천봉쇄되고 말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 수행에 차질을 빚었다고 ‘괘씸죄’를 적용하는 나라가 민주국가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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