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조 가계대출, 갈아타기 쉬워진다

입력 2021-05-30 17:32   수정 2021-05-31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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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신용대출을 받은 소비자는 오는 10월부터 스마트폰 앱에서 다른 은행의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정부 주도로 ‘대출 갈아타기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존 대출을 갈아탈 때 일일이 금융회사를 찾아다니며 한도와 금리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1700조원에 달하는 국내 가계대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간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10월 은행 신용대출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제2금융권도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결제원의 망을 활용해 갈아타는 절차를 자동화하기로 했다. 금융결제원은 이 프로세스를 은행과 핀테크업체 등이 비대면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소비자가 “기존 대출을 상환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응해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모든 대출을 조회하고 실시간으로 여러 금융사에서 금리를 제시받은 뒤 쉽게 갈아탈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이 활성화되고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금융사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765조원이다. 갈아타기 활성화를 통해 이자가 0.5%포인트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개인들은 연간 8조8000억원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 금융사가 전략적으로 대환대출 금리를 낮추고 업권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등 ‘머니 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장은 “대출 영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서비스”라고 말했다.

핀테크사들은 반색하고 있지만 기존 금융사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종의 영업 비밀인 대출 금리가 세세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신용도에 따라 대출 금리 차이가 큰 제2금융권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김대훈/정소람/빈난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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