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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 원자재 가격이 치솟자 이를 판매 제품에 전가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승한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키워 실적을 호전시킨 기업이 있는 반면, 생산원가만 높아지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된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시기에는 원가 전가가 용이한 기업이나 원자재 구매부터 생산, 유통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한 기업, 원자재가 쌀 때 재고를 많이 쌓아둘 여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반면 치솟는 소맥가격을 제품 값에 반영시키지 못해 울상인 식음료 업체도 있다. 농심이 대표적이다. 라면의 주 원료인 소맥 선물 가격(미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은 1년 새 약 29%, 팜유 선물 가격은 81.3% 올랐지만 농심은 2016년 이후 라면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농심 1분기 영업이익은 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5% 하락했다. 이날 농심은 30만1500원에 마감했다. 1년전(31만9000원)과 비교하면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각각 2008년, 2017년 이후 라면값을 올리지 못한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삼양식품 주가는 1년전 대비 23.9% 떨어졌다. 오뚜기도 0.91% 하락했다.
매번 원자재 가격 전가에 실패하면서 실적 악화를 되풀이하는 대표적 기업은 한국전력이다. 올해도 전력용 연료탄이 20% 가까이 올랐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을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따라 최근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은 한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장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제품가 인상이 용이한 기업이나 원자재 매입, 제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한 기업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타는 시기에 진입하면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염두해야한다. 최근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주가도 함께 치솟았다가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 규제 이슈로 주가가 크게 빠지고 있는 철강 업종이 대표적이다. 서상영 팀장은 "원자재 가격과 제품 가격이 연동되다시피하는 중간소재 기업 주가는 원자재 가격 변동성에 더 취약하다"며 "가격을 한 번 올리면 다시 내리기 쉽지 않은 최종 소비재 기업 투자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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