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집게차, 정부·노조 외면에 '지원 사각지대'

입력 2021-05-31 17:22   수정 2021-06-01 02:47


하루 20만t가량 발생하는 재활용 생활·사업장폐기물 처리에 흔히 쓰이는 장비가 ‘재활용 집게차’다. 화물차 뒷부분에 2~3m 크기 집게 설비가 부착된 차종이다. 유럽에서 처음 개발된 특수 화물차지만 현재 세계 최대 생산·소비국은 한국이다. 좁은 골목길이 많고 ‘분리배출 요일제’에 따라 신속하게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할 때 수집과 운반 기능이 갖춰진 집게차가 효율적인 까닭이다. 이처럼 재활용 쓰레기 처리에 반드시 필요한 집게차가 정부의 환경 관련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유류비 지원 제외…근무 조건도 열악
전국의 집게차는 약 20만 대로 추산된다. 집게차 운송업체는 대부분 재활용 수집·운반업자로 등록돼 쓰레기를 선별·파쇄 처리하는 중간 처리업체에 전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자원 재순환 생태계의 ‘꿀벌’로 불리는 이유다. 공익적 역할이 크지만 정부와 노동조합단체의 외면으로 유류비 지원을 못 받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반면 집게차와 마찬가지로 쓰레기 처리에 동원되는 청소용 차량, 생활폐기물·음식물쓰레기 등을 밀폐된 초록색 철제 박스에 담아 운반하는 암롤차량 및 분뇨운반차량 등은 유류비 지원을 받고 있다. 5t 암롤차에는 월 150만원, 연 1800만원가량의 유류비가 지원된다.

집게차 운송업체를 대변하는 한국재활용업협동조합연합회의 조경주 회장은 “집게차 가동이 하루만 멈춰도 전국적으로 재활용 처리 업무가 중단되는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는데, 정부가 공익성을 인정하지 않고 유류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도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공익적 기능을 하는 재활용 집게차에도 정부가 유류비를 지원하도록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집게차는 유류비 지원이 막히다 보니 근무 조건도 열악한 형편이다. 재활용업연합회에 따르면 5t 암롤차량의 하루 일당은 대략 60만원인 반면 집게차는 20만원 수준이다. 월급 역시 암롤차는 월 400만원 이상 수입도 가능하지만 집게차는 야간 연장근로를 해도 월 200만~300만원 수준에 그친다.
화물노조 눈치 보는 국토부
집게차가 유류비 지원을 받으려면 영업용 화물차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국토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청소용 차량과 암롤차량 등이 모두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반면 집게차가 흰색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것도 화물차로 분류되지 않은 탓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게차를 화물차로 신규 진입을 허용하면 이익집단 간 첨예한 이견 대립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기존 화물운송차의 영업용 번호판을 받아 차량을 집게차로 개조하면 화물차 신규 진입과 유류비 지원도 가능하다는 황당한 대안까지 내놓고 있다.

업계에선 국토부의 미온적 태도 뒤엔 화물노조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재활용업체 사장은 “예산이 한정된 정부 유류비 지원을 더 많은 기업에 제공하려면 기존 기업의 혜택은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화물노조 측은 기존 유류비 지원 혜택이 줄어들거나 집게차가 일반 화물 운송시장을 침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그러나 “집게차를 화물차로 개조하려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고, 집게차로 화물 운송 시 연비가 낮아 수익도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화물운송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번호판 프리미엄만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만큼 화물운송업계의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고 일축했다.

현 상황을 장기간 방치하면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열악한 처우로 집게차 운송업체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일부 아파트에선 재활용 집게차량을 제때 구하지 못해 재활용 분리수거물 처리가 1주일 이상 지체되는 등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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