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누적 수출액이 2484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액 6000억달러를 돌파했던 2018년의 흐름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세계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등 주력 품목들이 올 들어 매달 기록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올해 4%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원화강세 압박과 인플레이션 현실화에 따른 주요국의 소비 위축 등 하반기 글로벌 수출시장을 위협할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 리스크 등을 이유로 향후 수출 경기를 어둡게 보는 국내 수출기업도 적지 않다.
지난달 주력 수출 15대 품목 중 선박을 제외한 14개가 전년보다 수출액이 늘었다. 이 가운데 차부품(182.3%), 석유제품(164.1%), 석유화학(94.9%), 자동차(93.7%), 가전(89.4%) 등 12개는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노트북, 서버 등 수요 증가로 메모리 가격이 지속 상승한 효과로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2018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석유화학은 가전·포장재·의료 등의 수요 회복에 따른 단가 상승 영향이 컸다. 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의 수출이 탄력을 받으면서 5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내외 리스크를 감안할 때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등 시장 변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이은 원화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출가격 경쟁력이 악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1일 원·달러 환율은 1107원까지 떨어졌는데, 1년 전 달러당 1228원에 비해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수출 기업이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손익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16원이다. 지금처럼 원화강세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날 한경연이 수출 주력 기업 150개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21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5.2%)이 하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계 교역 위축(44.4%), 수출 대상국의 경제 상황 악화(16.2%),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악화(7.4%)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경연 관계자는 “수출에서도 업종과 기업별로 실적이 갈리는 K자형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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