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분 내로 와서 백신 맞을 수 있나요?” 예약 열흘 후 점심시간에 전화가 걸려왔다. 허겁지겁 달려간 병원에는 벌써 여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중 덜컥 겁이 났다. 백신 부작용 얘기가 워낙 많았던 터라 ‘생각보다 센 후유증이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미국 정부가 제공한 얀센 백신 100만 명분이 단 하루 만에 예약 완료됐다. 한 번만 맞으면 되는 편의성 효과가 컸다는 분석도 있지만 아스트라제네카와 비슷한 방식인 점을 고려하면 백신 접종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건당국은 이달 말까지 백신 접종 건수를 1400만 건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2일 오전까지 국내 1차 접종은 635만 건(2차 접종 219만 건 포함)이다. 1400만 건 달성을 위해 앞으로 한 달여 동안 750만 회분을 추가로 투여하겠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정부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대목은 미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 선도국가들의 접종률 정체 현상이다. 이날 오전 현재 우리의 백신 접종률(1차 기준)은 12.27%.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접종에 들어간 이스라엘은 60%, 미국은 51%를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중순 1차 접종률 60% 고지에 도달한 뒤 한 달 반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미국도 5월 중순께 1차 접종률이 50%에 근접한 뒤 증가세가 눈에 띄게 더뎌지고 있다. 1%포인트를 끌어올리는 데 1주일이 걸릴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들 백신 접종 선도국가의 정체 원인 중 하나로 사회 깊숙이 자리한 ‘안티 백신’ 정서를 꼽는다. 일부 정통 유대주의자와 원리주의 종교인들은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퇴출된 줄 알았던 홍역이 2019년 미국과 유럽에서 재창궐해 전 세계가 홍역을 앓은 것도 안티 백신 운동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의료 체계에 대한 불신이 백신 접종 속도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백신을 맞은 뒤 예상치 못한 비용이 청구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접종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보험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흑인, 히스패닉 계층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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