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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표준건축비는 수년간 재개발 사업의 ‘뜨거운 감자’였다. 의무 임대비율이 없는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전체 가구 수의 15%(서울 기준)를 반드시 공공임대로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표준건축비가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정부가 공공개발 정책을 밀어붙이자 표준건축비를 둘러싼 논란은 커지고 있다. 시세와 큰 차이가 나는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힘든 곳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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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건축비는 2007년 도입 당시만 해도 시세의 80%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표준건축비 인상이 서민 주거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로 동결을 거듭하면서 시세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2016년 6월을 끝으로 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임대아파트 가격안정화를 위한 수단으로 표준건축비를 활용한 것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아파트 중층 기준(전용면적 60㎡ 이하) 표준건축비는 ㎡당 101만9400원으로, 기본형건축비 164만9000원의 62%에 불과하다. 기본형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를 정할 때 적용되는 기준으로 매년 두 차례(3·9월) 조정되고 있다.
2008년 이후 10년간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는 각각 20.2%, 36.3% 상승했지만 표준건축비는 5% 오르는 데 그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축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목과 골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표준건축비와 기본형건축비의 격차가 비정상적으로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전체 가구 수의 최대 20% 이상을 공공임대로 내놔야 한다. 공공재건축은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면서 그 절반 이상을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도록 설계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 부장은 “공공재개발 등은 인센티브를 통해 가구 수를 크게 늘리고 이와 비례해 공공임대도 증가한다”며 “낮은 표준건축비로 인한 영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동력을 찾은 민간 재개발도 표준건축비로 인해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공공임대 의무비율을 지켜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관련 법을 개정해 이 법 상한을 15%에서 20%까지 올렸다. 다만 서울시는 자체 조례를 통해 이 기준을 종전과 같은 15%로 유지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 등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임대주택 매입가격이 사업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하지만 서울 외곽 등 사업성이 낮은 곳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표준건축비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임대주택 품질이 심각하게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사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건축비가 묶이다 보니 값싼 마감자재를 적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진흥실장은 “한 단지 내에서 저가 자재로 지은 임대동과 고가 자재를 사용한 일반동이 공존하면 위화감 조성 등 사회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관련 용역이 끝나는 대로 전문가 논의 등을 거쳐 하반기 내 표준건축비 인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 표준건축비
공공임대 아파트 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건축비. 공사비와 설계감리비, 부대비용 등을 감안해 정해진다. 건축 평가, 건축비에 대한 보조·융자 등의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인상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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