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씨는 12년째 가옥을 찍은 사진들을 오브제로 ‘집에 대한 기억’을 표현하고 있다. 그 배경은 성인이 된 어느 날 찾은 고향집과 마을이 재개발로 송두리째 사라진 사건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오래된 한옥집은 작가에게 물질적 장소 이상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동네 친구들과의 따뜻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서정의 공간이었다. 갑작스러운 옛집의 소멸을 계기로 작가는 집에 대한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독창적 작업을 위해 국내외 마을과 집을 촬영한 사진을 오려낸 뒤 다시 이어 붙였다. 현실의 사물을 작가가 재배치하니, 세상에 없던 새로운 공간이 태어났다. 집을 찍은 사진들로 만든 집에 대한 판타지다. 사진으로 시작했지만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작품이다. 추씨의 작품들은 서울 계동 서이갤러리에서 오는 6일까지 전시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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