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얼마나 편성할지 규모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장·단기 경기진작 효과 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61)가 2일 열린 한국경제학회 이사회에서 제52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교수는 내년 2월부터 정진욱 현 회장(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의 뒤를 이어 경제학회를 이끈다. 경제학회는 1952년 11월 30일 출범한 국내 최대 경제 관련 학회다.
이 교수는 이날 선출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2차 추경을 비롯한 정부의 씀씀이가 실물경제에 어떤 혜택을 가져다주는지 증거에 입각해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 여건과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면서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동산 가격의 무리한 개입 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또 “부작용이 나타난 정책을 고치거나 개선하는 데 미흡했다”며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새로운 정책카드를 꺼내 들기보다는 정책을 보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국제경제와 거시경제 분야 전문가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와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2015년엔 제34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3%에서 4%로 상향 조정하는 등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대해선 “숫자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만큼 올해 4%대 성장률은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이어 “성장률 숫자가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것보다 성장의 지속성 여부, 잠재성장력 확충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선 인적자본을 육성하고, 정부가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옥죄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낮은데 앞으로 3~4개월 지표 흐름이 중요하다”며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의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주열 한은 총재와 강원도 출신 인재들 요람인 서울 강원학사 동문으로 함께 지내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학사는 강원도 출신 서울 지역 대학생들을 위해 1975년 서울 신림동에 건립된 기숙사다.
그는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 급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내놨다. 이 교수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데다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젊은 사람들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며 “열심히 일하고 저축·투자하는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차기 경제학회장으로서 경제학자들이 상아탑에서 벗어나 대중과 소통하는 창구를 넓히겠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대중에게 편견 없이 지식을 전달해야 한다”며 “경제학자들이 언론은 물론 유튜브를 비롯한 SNS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종화 교수는…
△1960년 출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아시아개발은행(ADB) 조사국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글=김익환/사진=김병언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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