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이후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 등이 비이성적 거래로 들썩인 가운데, 미국 시골의 한 샌드위치 가게가 시가총액 1억1300만달러(약 1260억원)의 가치로 거래되는 일도 발생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1억1300만달러 '델리'의 미스테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장외주식 시장인 OTC와 소수 투자자들의 사기적 행태를 조명했다. 델리 사태는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캐피털 대표가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개된 델리의 문서를 공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아인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버블이 형성된 자산시장을 '준무정부상태(quasi anarchy)'라고 지적한 바 있다.
델리는 미 뉴저지 주의 한 샌드위치 전문점이다. 가정식 샌드위치, 치즈스테이크, 음료 등을 판매하고 있다. NYT는 "델리의 최고경영자(CEO)는 근처 고등학교 교장이자 레슬링 코치고, 해당 고등학교의 수학교사가 부사장으로 등재돼 있다"며 "고속 성장이 가능한 혁신 사업모델처럼 보이지 않는 이 식당은 2019년 기업공개(IPO) 이후 주식이 1200% 급등해 1주당 1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인혼 대표는 델리 주가를 사기라고 비난했다.
델리 주식이 상장된 곳은 미국 대표 주식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이 아니라 장외시장인 OTC다. OTC는 통상 3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1등급으로는 아디다스, 에어캐나다, 하이네켄 등 우량기업 주식이 거래된다. 그 밑에는 리튬채굴기업이나 호텔체인들의 주식이 있다. 최저등급에는 껍데기기업이나 사기성 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OTC의 제이슨 팰트로위츠 국장은 "매우 엄격한 요건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1만1000개 주식 가운데 2~3%는 나쁜 주식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OTC는 통상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주식의 현재 가격에 존재하는 총 주식 수를 곱한 값으로 가치(시가총액)을 계산한다. 그러나 델리의 주식은 시중에 유통되는 거래량이 미미한데도 폭등했다. 수요가 없는데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NYT는 "2019년 델리가 OTC에 주당 1달러로 상장한 뒤 대주주가 트라이온캐피털의 전무인 피터 코커의 아들로 손바뀜을 타면서 델리는 소수 투자자들의 놀이터가 됐다"고 추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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