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30억달러엔 애플이 앱 개발사로부터 걷는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 대략 10%니 70조원이다. 작년 LG전자 전체 매출(63조원)보다 크다.
애플이 이 ‘70조원’을 걷는 방식을 두고 말이 많다. 자사 앱스토어에 입점한 앱이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판매할 때 애플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다. 이른바 ‘인앱(in-app)결제’ 강제 정책이다. 게임 아이템을 사거나 음악 스트리밍을 결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챙겨간다. 앱스토어 시장을 구글과 양분한 애플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 4월 성명을 통해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는 시장 지배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미국에서도 앱 개발사 에픽게임즈로부터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사건은 올 하반기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애플은 이날 “애플 앱스토어 결제 방식은 안전한 국제 거래를 촉진하며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판결을 앞두고 ‘상을 받아도 시원찮을 판’이라는 취지로 방어에 나선 것이다.
국내 한 앱 개발사 관계자는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시스템이 널려 있는데 무슨 근거로 애플 방식만 우수하다고 하는지 의문”이라며 “더구나 애플 방식만 강요하며 높은 수수료를 물리는 건 명백한 갑질”이라고 했다.
쿠팡처럼 실물 제품을 판매할 때는 수수료를 물리지 않으면서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에만 인앱결제를 강요하는 것은 ‘자의적 기준’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애플-에픽게임즈 재판을 주관하는 이본 곤잘레즈 로저스 판사는 변론 과정에서 “수수료 부과가 불균형적”이라고 꼬집었다.
애플이 ‘앱 생태계’를 창조해 세계 경제에 기여했다는 건 대다수가 인정한다. 그렇다고 ‘애플 결제 시스템’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주장에까지 고개를 끄덕일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은 “30% 수수료가 성장 발목을 잡는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였던 회사가 수수료 장사에 빠져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판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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