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평생 알고 지내야 한다니 끔찍해.”
영화 ‘결혼이야기’의 주인공 찰리(애덤 드라이버 분)와 니콜(스칼릿 조핸슨 분)은 첫눈에 반해 결혼한다. 귀여운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 분)까지 얻으며 이들의 행복한 생활은 영원할 것 같았다.
균열은 작은 틈에서 시작됐다. 니콜은 결혼과 양육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자신의 취향조차 잊은 채 살아가는 생활에 지쳐 간다. 찰리는 아내의 변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뜨거운 사랑은 식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에 좋은 관계로 헤어지고 싶은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합의를 꾀한다. 하지만 변호사가 개입하며 이혼 과정은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다.
영화는 두 사람이 이혼 조정관과 상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서로의 장점을 나열하는 두 사람. 너무 달랐던 이들이 왜 사랑에 빠졌는지 이유들이 나온다. 니콜은 찰리에게 ‘2초 만에’ 반했다고 했다. 당시 니콜의 나이는 스무 살. 영화 ‘올 오버 더 걸’이 히트하며 할리우드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을 때다. 찰리는 “LA에 남아 스타가 될 수 있었는데 나와 결혼해 뉴욕으로 와 연극을 했다”고 말한다.
니콜은 결혼을 위해 ‘사회적 성공’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그 행동을 취하기로 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다른 가능성의 가치를 뜻한다. 합리적 선택은 주어진 조건 또는 자원 속에서 비용은 가능한 적게 치르고 만족은 최대한 크게 만들어 주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비용을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기회비용은 선택에 따른 진정한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찰리 역시 나름의 기회비용을 치른다. 그는 “자수성가한 20대 감독으로서 유명하고 잘나가던 시절 여러 사람이랑 즐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독신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기회비용을 치러야 가능한 게 결혼이기 때문이다.
결혼을 선택할 때는 외부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경제학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의해 판단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뜻한다.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이 소개한 개념이다.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대표적이다. 밴드왜건은 퍼레이드 행렬의 맨앞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밴드가 탄 마차를 말한다. 요란한 퍼포먼스로 관심을 끌면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가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한 용어다. 밴드왜건 효과에 따르면 주위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기 시작하거나 사회적 유행이 되면 평소 갖고 싶지 않던 물건이라도 사고 싶어진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결혼하면 덩달아 나도 결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실제 결혼을 하게 된다.
경제학적으로 결혼보다 이혼이 복잡한 이유는 기회비용과 함께 매몰비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은 한번 지출한 뒤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고정비용과는 다르다. 고정비용으로 지출한 것 중에는 원하기만 하면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매몰비용은 절대 회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그 사람과의 결혼 생활 동안 잃어버린 청춘과 들인 시간, 노력 등이다. ‘내가 들인 돈이 얼마인데’라는 식으로 본전을 따지는 것이 매몰비용을 의미한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매몰비용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미 회수할 수 없는 비용 때문에 추가로 투자하는 것은 더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어서다. 본전 생각으로 이미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에 연연하는 것은 비합리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
②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 잉여가 합쳐져 사회적 총잉여가 되는데 사회적 총잉여를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③ 결혼의 효용과 비혼 혹은 이혼의 효용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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