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그의 주변인들이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했다는 허위 의혹을 방송사에 제보한 혐의(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로 기소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4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부장판사 김진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표의 첫 공판에서 그는 "MBC의 서면인터뷰에 응한 사실은 맞으나 보도를 전제로 인터뷰한 것은 아니다"라며 "보도 여부는 제가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아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남부구치소에서 수감중인 이 전 대표는 최경환으로부터 5억원, 그의 관련자들 50억원 내지 60억원을 신라젠에 투자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MBC 기자에게 전달했고 MBC는 그와같은 내용을 보도했다"며 "그런 사실이 없음에도 피해자에 대해 언론사에 허위 제보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이 전 대표 변호인 측은 "피해자에 대한 비방 목적이 없었고 허위사실이 아니다"라며 "설령 그것이 허위로 판명된다해도 피고인이 기자에게 질문지를 건네줄 당시에는 해당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의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MBC는 지난해 4월 '최경환 측 신라젠에 65억 투자 전해 들어'라는 보도를 냈다. 이 보도에는 이 전 대표가 옥중 편지를 통해 최 전 부총리 측이 박근혜 정부 시절 신라젠에 65억원을 투자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최 전 부총리는 "아니면 말고 식 가짜뉴스"라며 이 전 대표와 MBC 관계자, 곽 전 감사를 고소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소인들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했다. 최 전 부총리는 현재 남부지법에 이 전 대표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한 상태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는 최 전 부총리와 관련인물이 신라젠에 차명으로 투자했다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여러 자료와 곽병학 전 신라젠 사장의 말 등을 토대로 (의혹이) 맞다고 판단해 공익목적으로 제보했고 이후 보도는 MBC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2011년 9월부터 4년간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않고 3만여명으로부터 7039억여원을 끌어모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불법투자를 유치한 혐의로 기소돼 형량은 징역 14년 6개월로 늘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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