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18·한국명) 군의 아버지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입국 11년만에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단독 이새롬 판사는 김 군의 아버지 A씨가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지난달 27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A씨)는 개종 사실이 대중에 공개돼 한국 사회와 외신의 주목을 받아 '가시성'이 강한 경우"라며 "이란 내에서 위해를 받을 여지도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미성년자인 아들에게 난민 지위가 인정됐는데도 아버지인 원고의 난민 인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가족결합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도 용인하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0년 7월 김군을 데리고 단기 상용(C-2) 비자로 한국에 입국했다. 두 부자는 2010년 한국에 온 뒤로 천주교로 개종한 바 있다.
김군과 아버지는 2016년 종교적 이유로 난민 인정 신청을 했으나 '신앙이 확고하지 않다'는 이유로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후 김군의 당시 아주중학교 친구들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지지를 얻었고, 김군은 재차 난민 인정 신청을 해 2018년 10월 난민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2019년 9월 난민 인정 신청을 낸 아버지에 대해서는 난민 인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청이유는 같았으나 재판부는 유독 A씨에게만 이란으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국은 A씨 아들인 김군이 난민으로 인정받아 국내에 체류하는 점을 고려해 A씨에게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이란은 무슬림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가 아닌 다른 종교로 개종할 시 반역죄로 인정돼 최고 사형과 같은 중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A씨는 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1월 "난민 인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처분은 위법"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란에 거주하는 가족은 개종이 배교 행위라는 이유로 우리 부자와 연락을 끊었고, 부자의 사연이 이미 언론에 알려져 배교자 박해 정책을 펴는 이란 정부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고(A씨)의 난민 면접 진술에 의하면 원고의 개종 경위와 종교적 믿음에 관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천주교 개종에 진정성을 갖췄다고 판단된다"며 "이란으로 귀국할 경우 종교를 이유로 박해를 받으리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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