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산업 격변의 초입기라고 판단한 미래에셋증권이 리서치센터 조직을 재정비했다. 자동차 화학 금융 등 업종별 담당 연구원을 두던 기존 조직도를 버렸다. 대신 메타버스 자율주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메가트렌드가 될 테마별 조직으로 전환했다. 전통적 산업 구분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리서치센터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바뀐 조직은 크게 △그린 △라이프 & 롱제비티(장수) △디지털 부문으로 나뉜다. 그린 부문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그린에너지 등의 테마를 담당한다. 디지털 부문은 AI·로보틱스, 5G, 메타버스 등으로 나뉘었다. 라이프 & 롱제비티 부문은 핀테크·금융, 바이오·헬스케어 등의 테마를 맡는다.
기존에는 연구원 한 명이 개별 업종을 담당했다면 개편된 리서치센터에서는 다수의 연구원이 한 기업을 다각도로 살펴보게 된다. 자동차 담당 연구원이 테슬라를 전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동차 담당뿐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담당하는 팀이 함께 테슬라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은 최근 산업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조직을 개편했다. 공장을 돌리던 석탄에너지는 친환경에너지로 대체되고 있고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개별 종목 보고서만큼 테마형 보고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산업 곳곳에 혁신이 일어나면서 종합적인 시각을 담은 보고서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이 아마존 투자를 권하는 보고서를 쓰더라도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자로서 아마존을 추천하는 것과 클라우드 시장 강자로 아마존을 추천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라며 “언제, 얼마만큼 투자하고 언제 차익을 실현할 것인지의 결론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중국과 인도 시장은 별도 팀이 담당해 왔지만 이제 모든 연구원이 담당 테마의 국내외 기업을 함께 살펴보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분석할 때 TSMC, 인텔 등과의 비교 작업이 필수가 된 만큼 국내 기업만 따로 분석하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서 센터장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기술’에 대한 투자를 권유해야 하는 시대에 맞는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