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는 4일 올해 두 번째 추경 편성 방침을 밝히면서 “이번 추경은 백신 공급·접종 등 재난대책, 하반기 내수대책 및 고용대책, 소상공인 등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취약계층 및 피해계층 지원대책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추경 편성의 목적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계층을 지원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은 그동안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선별지원이 아니라 보편지원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민심을 잘 헤아리겠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실질적인 손실보상 마련 등 시급히 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전 국민 대상 지급을 촉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차 추경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대표 시절 전 국민 지급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굴하지 않고 소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여당을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논의가 이뤄질 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고 했다. 재난지원금의 효과에 대해서도 “보편적인 지원보다 피해 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홍 부총리와 여당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이전에도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4월 여당을 중심으로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한창일 때 “50~70% 선별 지급으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소신 발언이었지만,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이후에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재정준칙 제정, 대주주 요건 강화 이슈 등이 있을 때 홍 부총리는 번번이 여당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신을 굽혔다.
다만 올초 선별지원과 보편지원을 병행하자는 이낙연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선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의미의 ‘지지지지(知止止止)’라는 표현으로 부총리직 사의까지 내비치며 끝까지 반대 입장을 지킨 적도 있다.
홍 부총리 역시 소상공인 등 일부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가정 아래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가 세수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1분기 국세 수입이 연초 예상보다 19조원 더 많은데,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활용해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편지원을 요구하는 민주당 주장대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3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손실보상제까지 도입하면 추경 규모가 최소 3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예상보다 세금이 잘 걷히고 있어 괜찮다는 입장이지만, 추경 규모가 추가 세수 규모보다 커지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보편적인 현금 지원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정건전성을 희생하는 추경 편성이 내년 선거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고용 지원과 백신 확보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진/노경목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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