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일찍 일어나면 우울증 위험 23% '뚝'

입력 2021-06-04 17:55   수정 2021-06-11 16:13


코로나19로 인해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에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전년 대비 5% 늘었다. 20대 여성은 39.5% 증가했다.

우울증 환자가 늘면서 우울증 관리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학술지 ‘자마 정신의학’에는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도 우울증 위험이 최대 23%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이 84만 명을 대상으로 수면에 드는 시간과 우울증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잠드는 시간이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과거에도 여럿 있었다. 늦게 잠드는 ‘올빼미형’은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두 배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수면에 드는 시간을 얼마만큼 앞당겨야 우울증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대상자에게 1주일간 ‘웨어러블 수면 추적기’를 착용토록 한 뒤 수면 패턴과 수면 성향을 조사했다. 모두 84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 수면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참여자의 유전자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시계 유전자’로 알려진 ‘PER2’ 유전자를 포함해 약 340개 유전자가 수면 성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가 잠드는 시간에 미치는 정도는 최대 42%에 달했다.

실험 참여자 84만 명 중 약 33%는 올빼미형, 9%는 종달새형, 나머지 58%는 중간형이었다. 전체 평균의 잠드는 시간은 오후 11시며, 오전 6시에 기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정보와 의료 기록, 우울장애 진단 등의 정보를 함께 분석한 결과 수면 시간과 관계없이 한 시간 일찍 잠들자 우울증 위험이 23% 낮아졌다. 세 시간을 앞당기자 위험도가 40% 줄었다.

연구진은 수면 시간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의 차이다. 연구를 주도한 이야스 다글라스 MIT 교수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햇빛을 많이 쬐기 때문에 우울증 위험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다른 이유로 현 사회 구조가 종달새형을 기준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다글라스 교수는 “올빼미형은 자신의 생활 패턴이 사회의 시간과 맞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사회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아침에는 조명을 밝게, 저녁에는 어둡게 유지하는 것도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셀린 베터 콜로라도 볼더대 교수는 “가능하면 아침에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고, 저녁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의 빛을 어둡게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수면 습관과 더불어 규칙적인 식사, 충분한 물 섭취, 꾸준한 비타민 영양제 섭취 습관도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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