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사건 이후…계속되는 美 '총기 사재기'

입력 2021-06-06 17:14   수정 2021-06-07 01:24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총기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미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5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진 데다 총기 사고도 끊이지 않아 불안감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총기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하기 전에 미리 총기를 사두려는 수요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총기 판매량 통계는 없다. 다만 미 연방수사국(FBI)의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건수로 총을 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달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건수는 약 322만200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09만1000여 건)보다 4.2% 증가했다. 2019년 동기(234만9000여 건)와 비교하면 37.2% 급증한 규모다. 지난 4월 신원조회 건수는 약 351만4000건으로 지난해와 2019년 동기보다 각각 20.7%와 50.5% 늘었다. 3월은 469만1000여 건으로 1998년 11월 이래 월 기준 최고치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집계된 신원조회 건수는 모두 1918만8000여 건으로 작년 전체(3969만5000여 건)의 절반, 2019년 전체(2836만9000여 건)의 67% 수준에 달했다. 작년은 신원조회가 사상 최다로 이뤄진 해다. 그동안 총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이 총기 구매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기업계 이익단체인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에 따르면 3월 신원조회 가운데 200만 건 이상이 총기 첫 구입자 관련 조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전체 신원조회 중 ‘생애 첫 총기구매자’ 비중이 40%에 달했다.

여성과 유색인종의 총기 구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미 노스이스턴대와 하버드대 부상통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작년 총기 구매자 중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었고, 흑인과 히스패닉 비율도 각각 20%에 달했다. 총기 구매와 취급이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얼마 전 처음 권총을 구매한 로빈 암스트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동생이 심각한 총상을 입어 총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다”면서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안감이 커져 내가 직접 총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잭 맥드비트 노스이스턴대 인종과정의연구소 소장은 “여러 소요 사태에서 봤듯이 사람들은 자기방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구매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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