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알맹이 빠진 대학 구조조정 전략

입력 2021-06-06 17:14   수정 2021-06-07 00:34

최근 교육부가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교육·재정 상황이 부실한 대학에는 폐교 명령을 내리고, 그 밖의 대학은 자율 혁신을 통해 정원 감축을 유도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위한 구체적 기준이나 세부 추진 일정 등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 또 시행 계획 대부분이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차기 정권에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사실상 2000년부터 초저출산 여파로 대학의 학령인구 급감과 대입 정원 감소가 예상됐고 지방대 위기 경고음이 울렸음에도 대학 정원 문제를 대학 자체에 맡긴 채 손 놓은 것 자체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닌가. 몇 년 전부터 지방대는 정원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나왔고 급기야 올해는 전국 대학에서 미충원 인원이 4만586명에 달했다. 이 중 75%는 비수도권 대학이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도 권역별 하위 30~50% 대학은 정원을 감축하고, 대학 재정 수준에 따라 위험 대학을 3단계로 지정해 점진적으로 폐교를 명령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자율 감축안을 내 2023~2024년부터 정원 감축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권역별 유치충원율 기준은 무엇이고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등 구조조정의 세부 내용과 일정은 알 수 없다. 부실 대학의 폐교 진행 절차와 방안 등에 대해서도 단지 검토나 논의 중이라고만 했다.

물론 그간 학생들을 볼모로 등록금 장사를 해 온 부실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쟁력 없는 학과는 정리해야 한다. 유지 학과도 수요에 맞춰 정원을 축소·조정하는 데 게을리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 과감히 정리할 학과는 정리하는 단안을 내려야 한다. 특히 사립대가 대부분이어서 대학 구조조정이나 청산 시 잔여 재산을 국고 귀속에만 두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부실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며, 국·공립대학의 통폐합도 대폭적이고 과감히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정렬 < 前 부산 혜광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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