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긱스터 일자리, 더이상 '특수형태' 아니다

입력 2021-06-06 17:29   수정 2021-06-0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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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리에 이륜차가 부쩍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수요가 크게 늘어 배달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륜차 면허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원동기를 포함한 이륜차 면허시험 응시자는 11만9000명이었는데, 2020년 응시자 수는 17% 증가한 14만 명이다.

이처럼 배달 ‘알바’를 가능하게 만드는 1인 모빌리티의 끝판왕 오토바이 운전에 도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은 배달 음식 시장이 지난 3년 동안 여섯 배 정도 규모가 확대되는 등 비대면 서비스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데 있다. 한마디로 저임금 플랫폼 노동자인 프리랜서와 긱스터들의 일자리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프리랜서란 어떤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모였지만 각자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기술 노동자를 말한다. 프리랜서 경제란 이들 프리랜서의 서비스를 팔고, 사는 경제 활동이다. 프리랜서의 어원을 추적하면 19세기로 올라간다. 한 명의 주인에게 소속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돈을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용병을 말한다. 긱스터란 프리랜서와 혼용해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프리랜서는 3~12개월의 계약 기간을 갖는 반면 긱스터는 배달이나 파워포인트 제작처럼 30분에서 3시간 정도의 단시간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긱(gig)이란 본래 공연업에서 나온 용어로, 잠시 무대에 출연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이처럼 프리랜서와 긱스터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장기 고용 일자리가 줄어드는 산업 변화도 있지만, 잠재 고객을 무료로 만나게 해 주는 플랫폼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크몽 같은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나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프리랜서가 24시간 만나고 있다. 플랫폼 경제로 세상이 전환되고 있는 미래 추세를 감안하면 프리랜서와 긱스터의 역할과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의 배달 음식 시장은 규모만 10조원이 넘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다. 2018년 5조원, 2019년 9조원에서 2020년 17조원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수많은 배달원 긱스터가 생겨나고 있다. 20대 취업준비생, 투잡을 뛰는 30~40대 생계형 배달원부터 대학생, 주부, 회사원, 고령자 등 부업으로 배달하는 이가 많아진 것이다.

2021년 배달업계 긱스터 현황은 배민커넥트가 5만 명, GS 편의점이 운영하는 우딜(우리들의 딜리버리)이 7만 명, 쿠팡이츠가 5만 명 등 총 17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중복으로 등록한 배달원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0만 명이 종사하는 서비스산업이 불과 3~4년 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 긱스터가 받는 배달 수수료는 건당 2600원에서 6000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배달 거리, 주중·주말 여부, 날씨 상황과 피크타임인지 아닌지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보, 오토바이, 킥보드 등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하루 평균 전업 배달자 수는 1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이들은 월 200만~4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프리랜서와 긱 경제를 사회와 제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정의하는 개념과 그 역할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 법률적으로는 긱스터를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정의하고 있다. 주 20시간 이상 일하지 않으면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에서도 조직으로부터 보상받을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달라지는 세상의 변화 중 가장 큰 영향은 일자리 변화다. 프리랜서와 긱스터 일자리는 이제 더 이상 ‘특수형태’ 가 아닌 것이다. 투잡, 스리잡도 일반화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보험정책 등 관련 법과 제도 전반을 재검토해 미래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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