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당정 협의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국토부·행정안전부가 함께 마련한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 지역을 정부·여당 스스로 배제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국토부 쪽에서 “여당이 이렇게 쉽게 방향을 바꿀지 상상도 못했다”는 자탄과 냉소가 들린다. 과천 주민의 반대 의견을 모르고 확정·발표한 사안이 아닐진대 이렇게 바로 뒤집었으니, 서울의 태릉·용산·상암 등 다른 후보지역에서도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과천 주민의 의지 관철’이 어떤 학습효과를 낳을지는 뻔한 것 아닌가.
아무리 명분 있고 정부 의지가 분명해도 지방자치단체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을 주목할 만하다. 중앙정부와 광역시·도, 시·군·구 권한이 복잡하고 모호하게 얽힌 부동산 정책에선 더욱 그렇다. 더구나 이번에 정부의 공급 대책에 제동을 건 과천시장은 같은 여당 소속이면서도 반대에 앞장섰다. 서울시처럼 야당이 단체장인 곳도 있는 데다, 지방의회 입장도 달라 의사 결정과 집행은 한층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중요한 사실은 정부와 지자체 간 원만한 협의가 필수고, 정부 독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공공 주도 공급’의 취약성·허구성도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부 땅에 정부가 집 짓는 것도 무산됐다. 비어 있는 청사 유휴부지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판국에 민간 주택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을 공공 주도로 한다는 건 더 어려울 것이다.
정부·여당은 청사 부지 활용을 백지화한 채 3기 신도시 예정지(과천지구) 설계 변경을 통한 공급 확대를 대안으로 내놓을 모양이다. 하지만 이도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다. 궁하다고 이렇게 ‘자족용지’를 마구 줄여 나가면 “베드타운에서 탈피하겠다”는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은 또 어떻게 되겠나. 오락가락할수록 서민 주거복지도, 시장 안정도 더 요원해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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