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조정하며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최고위 경제관료다. 국무위원 서열 1위로 국무총리 공석 시 그 역할을 대행한다. 나라살림뿐 아니라 국정 운용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홍 부총리의 우려에 무게가 실리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첫 재난지원금 지원 때 선별 지급을 주장한 것을 비롯해 증권거래세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재정준칙 제정 등 적잖은 이슈에서 집권 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당과 청와대에 의해 그의 의견은 묵살됐고 “소신 없이 끌려다닌다”는 평가도 받게 됐다. 오죽하면 ‘홍두사미’ ‘홍백기’ ‘홍패싱’ 같은 명예스럽지 못한 별명까지 붙었을까 싶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은 온갖 명분과 이유를 끌어모아 돈을 풀려는 행보다. 대통령이 “최소 내년까지 확장 재정기조 유지”를 언급하자, 여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다 코로나 피해 소급 보상, 보상 제외 업종 지원까지 ‘3종 세트’를 들고나왔다. 1분기 19조원 등 올해 30조원 안팎의 세수 증가가 예상돼 이를 돌려준다는 명분이지만, 올해 나랏빚이 100조원 넘게 늘어나는데 일시 세금이 더 걷혔다고 일단 쓰고 보자는 것은 극히 무책임한 처사다. 가정살림도 이렇게는 안 한다. 더구나 4차 재난지원금은 집행률이 57%에 그치고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은 효과가 미미했다는 국책연구원 보고서도 있다.
홍 부총리가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론을 밝혔지만, 이번에도 ‘알리바이성’ 반대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도는 그가 추경 문제에 적당히 반대 의견을 내고 빠질 것으로 볼 정도다. 경제부총리 위상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 나라 미래뿐 아니라 본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엔 자리를 걸고 재정 거덜 내는 폭주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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