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코알라]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가 있을까, 없을까

입력 2021-06-08 02:05   수정 2021-06-08 11:26

6월 8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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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논쟁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예전부터 가상자산과 가상통화, 암호화폐 등 다양한 용어가 혼용되면서 그 성격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에는 특히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가상자산(virtual asset)이란 용어가 주로 활용되며 대체로 '자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명칭 뿐만 아니라 최근 가상자산을 매수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기꺼이 지불하는 금액 등을 고려할 때, 가상자산에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법원도 비트코인에 대한 몰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결에서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전제했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국내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의 및 규율하고 있는 최초의 법률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서도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가상자산에 '재산적 가치' 내지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계 측면에서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해석위원회가 2019년 9월 기업이 가상자산을 영업 과정에서 판매나 중개 목적으로 보유·매매하면 재고자산으로, 그 외 모든 경우에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 이후 가상자산을 이렇게 회계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IASB에서 가상자산 관련 회계 기준서를 별도로 마련하는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해서 재산적 가치를 인정해 자산으로 회계처리하는 대원칙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무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미국, 일본 등에서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상자산의 양도 및 대여를 과세대상으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제도를 도입했고, 가상자산은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대상에도 포함된다.

이처럼 가상자산이 경제적, 재산적 가치가 있다는 점은 비교적 명백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 유무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논쟁은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가상자산이 과연 효용이 있는지, 아니면 무용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 보다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수많은 종류의 가상자산이 있고, 각 가상자산별로 성격과 목적이 모두 다르다.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가상자산을 유형화할 때 자산형 가상자산, 지급수단형 가상자산, 서비스(유틸리티)형 가상자산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각 유형별로 간략하게 가상자산의 효용이 인정될 수 있는 예를 생각해보자.

자산형 가상자산은 가령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상자산 형식으로 토큰화하는 등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에 대한 토큰화 사례 등이다. 이를 통해서 기존 방식에 비해 보다 손쉽게 권리를 취득하고 양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다.

지급수단형 가상자산은 기존 법정통화에 비해서 분명히 지급수단으로 활용하기 부족한 점들이 존재하겠지만, 예를 들어 소액결제나 해외 소액송금 등에 있어 중개자를 최소화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비용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당사자 간에 자유로이 지급과 관련된 내용을 정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이런 측면에서는 법정통화로 지급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서비스형 가상자산은 개별 서비스에 따라 그 효용이 달라지겠지만, 실제로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각 당사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예정된 방식으로 잘 운영될 것이라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제한적인 의미에서 효용을 인정할 수 있는 사례들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의 가치와 효용에 대한 경제석학 등 여러 전문가들의 경고가 계속되는 것은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단순한 장미빛 전망만을 계속 얘기하면서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러한 경고에 귀담아 들어야 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로 가상자산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라 성급하게 재단해 가능성을 외면하는 것도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 가상자산의 효용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보기 어렵다. 곧바로 가상자산이 '무용'한 것이라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불법행위나 무분별한 투기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면서 가상자산에 기대되는 효용이 최대한 잘 발현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례들을 최대한 발굴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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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법률사무소 내 핀테크·IT규제 그룹을 대표하는 변호사 중 한 명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 혁신과 관련한 광범위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와 e-비즈니스 산업 분야의 규제 관련 이슈는 물론 인수합병(M&A), 기업지배구조, 분쟁, 정부기관 대응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전자금융과 핀테크, 블록체인, 가상자산, AI, 데이터, 보험, 기업지배구조, 인터넷전문은행 등과 관련해 국내외 유수의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특강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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