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정원)이 북한 연계 지하당 조직인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20년간 복역한 고(故)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글씨체로 새 원훈을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6일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의 '북한바라기'에 국정원을 동원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게 된다"고 반발했다.
국정원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원훈석 제막식을 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이라는 새 원훈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원훈을 바꾼 지 5년 만이다.
원훈석에 사용된 글씨체의 주인공인 신영복 전 교수는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1988년 특별 가석방됐던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신영복 전 교수를 꼽아왔다.
보수 야권에선 대북 정보 활동을 주로 하는 국정원 원훈에 국가보안법 위반자의 서체가 쓰인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발이 나왔다.
안병길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집권 여당은 단독으로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해 국정원의 팔다리를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역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정원의 기능을 굳이 축소하는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국민들은 의문을 품고 계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원훈조차도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했던 신영복 교수의 서체라는 점에서 현 정권의 '북한바라기'에 국정원을 동원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게 된다"며 "교훈 바꾼다고 학교가 바뀌지 않듯이, 원훈 바꾼다고 국정원 개혁이 되지 않는다. 국정원 개혁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의 인식이 바뀌고 정치적 중립을 실천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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