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영국은 2019년 9월 이같은 음향 차량 경보시스템(AVAS)를 의무로 탑재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당시 법안은 새로 출시되는 모델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가 시속 20㎞ 이하로 달릴때 56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일부러 나도록 규정했다. 다음달 적용되는 규제는 과거에 출시한 모델이더라도 새로 출고된 모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로 대상을 확대했다. 운전자가 임의로 AVAS를 끄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도 새로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차량이 시속 10㎞ 이하로 저속 주행을 할 땐 50데시벨, 시속 10~20㎞는 56 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내야 한다. 후진 시에도 47데시벨 이상이 나와야 한다. 한국도 유럽식 법안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저소음 자동차(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차)는 유럽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 사운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배기음이 아닌 인공 소음이기 때문에 외관과 더불어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돼서다. 내연기관 차의 배기음 소리가 더 다양한 형태의 소리로 차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가 지나갈 때 브랜드 별로 다른 소리가 나는 게 이 때문이다. AVAS는 외부로 소리를 전달되기 때문에 내부에는 50데시벨의 소음이 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5월 전기차 그릴 커버로 소리를 전달하는 AVAS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에 탑재된다.
저소음이라는 장점을 깨고 일부러 소음을 더 키우는 전기차도 있다. 포르쉐 타이칸은 우주선 같은 모터 사운드로 화제가 됐다. 웅장한 배기음을 차량 구매에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해서다. 각 기업들은 조용한 전기차는 주행 재미가 떨어진다는 편견을 뒤집고 선택의 재미를 주기 위해 사운드 연구에 한창이다.
벤츠는 음향 디자인, 물리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등 전문가들로 이뤄진 팀으로 전기차 소음을 개발하고 있다. BMW는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등 영화 OST로 유명한 한스 짐머와 함께 창작한 사운드를 탑재하고 있다. 아우디도 사운드 전담팀이 작곡한 사운드가 e-트론 GT 등에 들어간다. 바람이 플라스틱 파이프를 통과하는 소리 등 차와 관계없는 사운드까지 포함해 32가지를 합성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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