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로또 분양’ 단지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조감도)가 이달 17일부터 일반 공급 청약을 받는다. 물량이 224가구로 많지 않지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40% 정도 낮아 당첨만 되면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가구의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9억원 초과’여서 현금 부자만을 위한 ‘로또 청약’ 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단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5653만원(최고가 5938만원)이다. 재건축·재개발로 분양되는 아파트 중 역대 최고가다. 전용별로 △46㎡ 9억500만~9억2370만원 △59㎡ 12억6500만~14억2500만원 △74㎡ 15억8000만~17억6000만원 등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작년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3.3㎡당 4891만원의 분양가에 보증을 받고 분양을 준비했다. 하지만 조합 측이 기대한 분양가(5700만원)와 차이가 너무 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것으로 돌아섰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에 정부가 정한 표준 건축비를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당초 정비업계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상한제를 적용받으면 분양가가 10~2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공시지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역대 최고가로 분양에 나서게 됐다.
업계에서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반포동 새 ‘대장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아크로 리버파크’(1612가구·2016년 8월 준공) 시세가 3.3㎡당 1억원을 웃돌고 있는 만큼 당첨되면 3.3㎡당 5000만원 안팎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59㎡는 지난달 11일 26억885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 최고 분양가(14억2500만원)보다 13억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전용 74㎡는 분양가가 15억원을 넘어 입주 시 잔금 대출도 불가능하다. 당첨 후 3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해 전세를 놓고 분양 잔금을 치르는 길도 막혀 있다. 10년간 분양권 전매도 제한된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입주 시점에는 모든 가구 시세가 15억원을 넘겨 잔금 대출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실상 집값을 전액 현금으로 마련해야 할 수 있는 실수요자에게만 청약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라고 했다.
높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현금 부자들이 대거 청약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 고(高)가점자들은 무주택·통장 가입기간이 대부분 만점이어서 부양가족 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4인 가구가 얻을 수 있는 최고 가점인 69점 이상, 가장 큰 전용 74㎡의 경우 72점은 돼야 당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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