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하락세를 지속해온 제약·바이오 업종이 알츠하이머병 신약 승인 소식에 모처럼 기지개를 펴고 있다.
8일 오전 9시 36분 현재 KRX헬스케어지수는 전일 대비 46.76포인트(1.08%) 오른 4377.80에,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274.88포인트(1.53%) 상승한 1만8236.86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바이오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일본의 에자이와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 신약 아두카누맙에 대한 가속승인을 받아냈다는 소식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치매·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CNS)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2.73%)는 아두카누맙의 위탁생산(CMO)를 맡을 것이란 기대감에 강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는 데 힘을 합친 경험이 있는 각별한 사이다. 현재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50%-1주를 가진 2대주주다.
이외 치매·알츠하이머·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메디프론(6.94%), 젬백스(2.74%), 아이큐어(2.51%), 카이노스메드(2.90%), 안트로젠(5.14%) 등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 FDA가 2003년 이후 18년만에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중추신경계 질환을 치료제 후보를 개발 중인 기업들이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도한 기대감을 갖는 건 위험할 수 있다. FDA가 이번에 아두카누맙에 대해 내준 건 조건부승인 격인 가속승인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추가 임상을 통해 아두카누맙의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아두카누맙은 뇌에서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 중 처음으로 시판 승인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는 게 발견돼 질환의 원인물질로 알려졌지만,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개발은 번번히 실패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못한 점도 문제다. KRX헬스케어지수는 작년말 5517.31로 마감한 뒤 전일 종가 4331.04까지 21.50% 하락했다. 특히 업계의 대형 이벤트를 치르는 과정에서도 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그나마 1월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 4월 미국암학회(AACR) 연례학술대회 때는 행사 전에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기라도 했지만, 지난달 미국임상종양학호(ASCO) 때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다. 앞선 두 번의 이벤트가 종료된 뒤 오히려 주가가 더 하락한 학습효과로 보인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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