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초부터 이어져온 개미(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사랑'이 식어가고 있다. 압도적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이었던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 개인 순매수 상위 목록에서 빠지고 순매도 1위로 올라섰다. 이 물량을 외국인이 받아내면서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수 1위로 자리를 옮겼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은 6 거래일 간 삼성전자를 총 7620억원어치 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매월 압도적 개인 순매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달 8만원선이 깨진 뒤 11~12일엔 이틀간 2조6000억원어치를 매수하기도 했다.
올초부터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데다 지난달 말부터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보고서가 쏟아져나오는 등 단기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일부 개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전경대 파인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 입장에선 안정적인 최근 시장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최근 상승한 반도체나 자동차 업종을 팔고 차익실현을 한 뒤 대신 활발하게 움직이는 업종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소폭 반등한 삼성전자와 현대차에서 차익 실현을 한 개인은 포스코, 두산중공업, HMM 등 최근 큰 변동성을 나타낸 경기민감주를 사들였다.
개인이 내던진 삼성전자 물량은 외국인이 받았다. 지난달 9조원 넘게 내던졌던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위는 삼성전자였다. 총 44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 외에도 기아,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오일, 삼성SDI를 매수했다. 이는 외국인이 신흥국 주식을 사들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전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컸던데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됐던 지난달 신흥국 증시를 이탈했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고 국내 백신 접종률 속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대형주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반도체어종을 판 개인은 두산중공업과 포스코, HMM LG화학, 현대제철, 대우건설 등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사들였다. 전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두산중공업이나 HMM처럼 고공행진하는 종목에 재빠르게 편승하고,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격 조정이 온 민감주를 매수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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