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비트코인 바꿔 놓은 해킹 공격

입력 2021-06-08 17:31   수정 2021-06-0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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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랜섬웨어 공격이 암호화폐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랜섬웨어는 대가를 받을 때까지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랜섬웨어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암호화폐의 중심적인 역할은 암호화폐를 홍보하는 데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미국 최대 송유관을 운영하는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이 지난달 7일 랜섬웨어 공격을 당해 1주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해커들에게 500만달러(약 55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주고 나서야 정상화됐다. 세계 최대 육류생산업체 JBS도 랜섬웨어 공격을 받았다. 일련의 사례들은 일각에서 제기해온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

암호화폐는 추적하기 어려운 익명성 때문에 세금탈루, 범죄, 테러리즘 등을 발생시킨다. 상대적으로 고액지폐가 무해한 것처럼 보이게 할 정도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이 정치적으로 암호화폐 기반을 민주화했지만 규제당국이 언제까지나 수수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암호화폐 시장엔 적신호
암호화폐가 순수가치의 저장고에 불과하다는 시각은 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다. 엄격한 자본통제를 피하고 마약거래 등으로 인한 불법적인 이득을 세탁하거나 특정 국가·테러단체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를 피하려는 이들에게 암호화폐는 여전히 이상적인 선택지다.

미국 정부는 수십 년간 100달러짜리 고액 지폐가 무기 구입과 인신매매 등을 확대시킨 점을 외면해왔다. 비트코인과 여러 암호화폐는 세계 지하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아직 달러를 능가하지는 못했지만 확산세에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즉 암호화폐는 디스토피아에 대한 베팅인 동시에 세계 지하경제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규제를 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가격은 왜 계속 급등할까? 경제이론을 생각하면 된다. 금리가 제로(0) 수준일 때는 본질적으로 가치가 없는 자산에 엄청난 거품이 낄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미 해당 분야가 너무 커졌고 많은 기관투자가까지 끌어들인 상태라 정치인들이 그것을 규제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물론 규제당국이 조치를 취하는 데 오래 걸릴수록 통제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다. 중국과 한국 정부는 최근 암호화폐에 대해 공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제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만달러가 넘는 암호화폐 송금 보고를 의무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추적하기 어려운 암호화폐의 유동성을 감소시키려면 적어도 높은 수준의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
규제당국, 늦기 전에 움직여야
실제로 이런 점이 5월 말 기준 약 3만7000달러라는 비트코인의 엄청난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세계 지하경제를 활성화하는 거래 기술에 대한 투자이고, 선진국마저 고삐를 죄는 데 수십 년 걸린다면 그 기간에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 저축한 돈을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랜섬웨어 공격이 점점 더 많아지면 규제당국이 마침내 핵심 규제를 만들어 시장에 개입하는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러면 각국 정부가 개별적으로 내놓은 것보다 더 나은 암호화폐 추적 도구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이상적인 수단을 발견해내는 사람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규제당국은 너무 늦기 전에 움직일 필요가 있다.

ⓒ Project Syndicate 정리=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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