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추경의 민낯…재원 절반 16조7000억이 '일회성 세수'

입력 2021-06-08 17:29   수정 2021-06-09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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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올해 세금 수입이 크게 늘었다며 3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증가한 세수의 상당수는 일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 증가분 중 절반 이상이 작년에 받아야 할 세금,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상속세,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활황에 힘입어 늘어난 세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30조원’ 추경 재원 정체는
8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세수입은 4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13조8000억원 증가했다. 법인세 수입이 9조8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 늘었고, 소득세는 1조5000억원 더 걷혀 8조원으로 집계됐다. 부가세는 2조3000억원 더 걷혔고, 기타 세목의 세수가 3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한 1~4월 세수는 133조40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32조7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올해 예상 초과세수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32조원과 비슷한 수치다. 세수가 기대 이상으로 늘었으니 대규모 추경에 문제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문제는 증가한 세수 대부분이 일시적인 세금 확대라는 점이다. 경제 체질 개선의 결과로 나타나는 세수 증가가 아니라 작년 세수가 미뤄졌거나,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세금 수입이 늘어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4월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법인세는 ‘착시효과’에 가깝다. 작년엔 법인세 분납 납기인 4월 말에 휴일이 있어 5월로 기한이 연장됐다. 4월에 내야 할 세금이 5월 세수로 잡힌 것이다. 기재부도 올해 4월 법인세 세수 증가에는 기저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소득세는 작년에 냈어야 할 종합소득세 등이 올해로 넘어온 사례가 있다. 지난해 세수가 부족해 나랏빚을 10조원가량 낸 것을 고려하면 올해 초과세수의 정체 중 상당수는 ‘작년에 낸 나랏빚’인 셈이다.

4월까지 3조9000억원이 증가한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결과로 지속되기 어려운 세금이다. 2조원 넘게 걷은 증권거래세도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일시적 세금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기타 항목의 세금 증가는 이 회장 관련 상속세가 대부분으로, 2조원에 이른다. 정부 스스로도 이를 ‘우발세수’로 보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법인세 기저효과와 코로나19로 인한 과세이연에 따른 올해 세금 증가폭은 4월까지 8조8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상속세와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을 더하면 16조7000억원을 일시적 세금으로 분류할 수 있다. 1~4월 세수 증가분(32조7000억원)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통 초과세수는 상반기에 더 많이 발생하고 하반기엔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예상 초과세수 추계를 하고 있지만 30조원을 웃돌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추경 대신 채무 상환도 생각해야”
전문가들은 올해 세수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초과세수가 발생한 것은 세수 추계가 실패한 결과일 뿐”이라며 “2차 추경은 선별 지원에 초점을 맞춰 일정 규모 이하로 추진하고 국채 발행액을 줄이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는 올 들어서도 계속 증가세다. 기재부에 따르면 4월 말 중앙정부 채무는 880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 819조2000억원에 비해 60조원 넘게 늘었다.

지난달 총지출은 51조8000억원으로 6조9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4차 재난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등 재정 난맥상도 지적된다.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버팀목 플러스 자금은 지난 2일까지 4조7000억원이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6조7000억원의 예산 중 약 70%가 지급됐다. 정부가 지난 3월 재정 관련 회의에서 “5월 말까지 80% 지급을 완료하겠다”고 한 것에 비해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지원금은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영세 농어가 한시적 경영지원 바우처가 약 1000억원 지급된 정도다.

수입이 늘면서 적자 폭은 줄어들고 있다. 1~4월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1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적자폭이 27조원 줄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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