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영국 브랜드 바버의 국내 판권이 지난달 5일 LF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12년 동안 바버의 국내 수입·판매를 맡았던 엔에이치인터내셔날(엔에이치)은 “바버와의 판매 계약은 지난 4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됐다”며 “5월부터 LF가 맡아 국내에서 의류를 판매하기로 했다”고 했다.
바버는 1894년 스코틀랜드에서 설립된 의류 브랜드다. 영국의 비바람치는 변덕스러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발명된 ‘바버재킷’은 대를 이어 물려줄 만큼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국내에는 더현대서울 등 백화점과 아울렛 27개 점에 입점해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작년 매출 200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버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엔에이치와 계약을 종료하고 LF와 판권 계약을 맺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2년 동안 바버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해온 엔에이치 측은 “판매권이 LF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버의 국내 판권을 둘러싼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판권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엔에이치 관계자는 “최근 시설 및 마케팅 투자를 공격적으로 했는데 이 투자 비용이 고스란히 LF로 넘어가게 됐다”며 “LF에서 27개 바버 매장을 넘기는 대가로 제시한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고 반발했다. 엔에이치는 LF가 바버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자칫 최소 6개월간 백화점 내 두 개 매장에서 동시에 같은 제품을 파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엔에이치는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매장 정리 등의 이유로 6개월 유예기간에 바버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LF 측은 계약과 관련한 분쟁 발생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LF 관계자는 “당사는 본 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라며 “이 이슈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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