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잔치' 끝났나…FBI에 뚫리고 테슬라는 물려

입력 2021-06-09 17:37   수정 2021-06-17 15:26


“비트코인이 데드크로스에 빠져든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비트코인이 장기 약세장에 접어들 듯한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차트 분석 전문가들의 경고를 보도했다. 데드크로스는 단기(50일) 이동평균선이 장기(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인데, 비트코인이 여기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데드크로스는 2019년 11월이었다. 지난 4월 중순 6만5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값은 이날 3만3000달러대로 밀렸다. 블룸버그는 “많은 비트코인 투자자가 3만달러에 쇼트(매도) 포지션을 걸어놨다”며 “3만달러가 깨지면 2만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했다.
‘철통 보안’에 물음표

비트코인의 위기는 단순히 가격 급락 때문만은 아니다. ‘보안이 뛰어난 디지털 안전자산’이라는 믿음을 흔드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해커의 암호화폐 지갑을 특정하고 비트코인을 환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보안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CNBC는 “암호화폐 급락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안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지난달 사이버 공격을 당한 미국 최대 송유관업체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은 해커에게 비트코인 75개를 보냈다. 이 회사 신고를 받은 FBI는 이 중 63.7개를 회수해 ‘보복’했다고 미 법무부가 지난 7일 발표했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기술을 생명으로 하는 비트코인은 정부의 통제와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로 통했다. 국내에서도 검찰·경찰이 거래소 도움을 받아 범죄자의 암호화폐를 압류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수사당국이 해커에게 ‘직접 보복’했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플레 헤지 수단’ 무색해져
비트코인 열풍에 불을 붙였던 ‘대기업의 직접 투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비트코인 보유량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대표적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비트코인을 9만2079개 사들였다. 회사 시가총액의 80%에 맞먹는 돈을 코인으로 쌓아 뒀다. 그런데 지난 7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가격 급락으로 2분기에 반영할 무형자산 손상차손 규모가 2억8450만달러(약 31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4만3200개를 보유한 테슬라도 2분기 반영할 손상차손이 1억25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시장에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긴 하지만 회계상 무형자산으로 분류한다. 평가액이 낮아지면 손상차손으로 반영해야 한다. 이들 기업은 비트코인에 투자하면서 ‘인플레이션 헤지’(물가 상승에 따른 손실 회피)를 이유로 들었다. 현금을 쥐고 있으면 손해인 초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가치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적합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두 달 만에 반토막 나면서 오히려 경영에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이 회계상 위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결제 수단’으로도 한계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격이 널뛰는 불안정성을 극복할 방안이 부족한 탓이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받고 자동차를 판다고 발표했다가 50일 만에 철회한 것도 이런 한계를 확인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페이팔이 출시한 암호화폐 결제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보유자는 장기적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에 써버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엘살바도르 의회는 이날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제출한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승인안을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다만 자체 경제 생태계가 무너진 중남미 최빈국이라는 ‘예외적 상황’인 만큼 일반화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엘살바도르는 국민의 70%가 은행 계좌조차 없고 미국 달러화가 공식 화폐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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