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거나 소각하는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대거 풀린 와중에 최근 주가 상승세에 동력을 더하려는 시도다.
통상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의 숫자가 줄어들어 주가엔 호재로 통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는 올라가서다. 일반 주주의 배당에도 유리하다. 자사주는 배당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일반 주주에 돌아가는 기업의 배당 여력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주주 대상 현금배당금이 늘고, 주당가치는 상승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중간배당도 도입하기로 했다. 주주들에게 반기 실현이익에 대해 중간배당을 한다. 기존 기말배당과 별도로 이뤄져 연 2회 배당을 하게 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LG유플러스 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31% 넘게 상승했음에도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의지를 시장에 알리는 결정이자 경영진의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이 소각한 자사주 수는 총 869만주로 기존 보유 자사주의 90.6% 규모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의 발행 주식 총수는 약 10.8% 감소했다. 기존 8074만5711주에서 7206만143주로 줄었다.
SK텔레콤은 “기업·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잔여 자사주 90만주를 사내 성과 보상 프로그램과 기존 스톡옵션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같은달 SK텔레콤은 인적분할 이후에도 전년 수준 배당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윤풍영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적분할 이후에도 주주친화적 경영기조를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 2분기 말부터 분기배당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미 연례 주주총회를 통해 분기배당 근거를 마련했다. 윤 CFO는 "분기배당 기준으로는 올 1분기 배당지급 시점이 이미 지났으나, 1분기말 배당액을 오는 4분기에 합산하는 식으로 조절할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 주주가 SK텔레콤 기업분할 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양쪽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윤 CFO는 "신설법인도 추가적인 배당을 진행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배당금이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3월엔 약 1억원을 들여 자사주 5234주를 사들였다. 구 대표가 대표로 취임하기 전 KT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사주 상여 취득분을 제외하고 회사 주식을 직접 매입한 것은 2011년 이후 9년만이라는 설명이다.
KT는 작년엔 별도 순이익의 50%를 배당하는 정책을 올해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KT는 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된다"며 "별도 조정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해 배당액이 올해 주당 1500원 이상, 배당수익률은 4.4%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주주친화적 정책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와 상생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든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의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도 자체 ESG위원회의 사전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나 매각을 통하면 거버넌스 구조가 좀더 투명해지는 효과도 있다"며 "주주에게 기업의 이득을 돌려줘 서로 '윈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통신사들의 노력은 일단 효과를 내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올들어 지난 8일까지 주가가 38.4% 뛰었다. 지난 2일엔 주당 33만원을 넘겨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같은 기간 KT는 주가상승률이 40.97%에 달한다. '코로나19 저점'을 낸 작년 3월 말 대비로는 77.5% 이상 주가가 올랐다. KT가 주당 3만원 시대를 연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만이다.
LG유플러스는 올초부터 지난 8일까지 주가가 29.96% 올랐다. 통신 모두 코스피 상승률(10.3%)의 서너배에 달하는 상승률을 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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