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7일까지 예비실사를 마친 10여곳의 예비입찰자 중 2~3곳이 10일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면담을 통해 오는 14일 본입찰에 써낼 가격을 확정한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01.26600602.1.jpg)
이날 저녁까지 이어진 면담에서는 이스타항공의 회생채권이 총 얼마인지, 정부로부터 항공운항증명(AOC)을 재발급받는 데는 문제가 없는지, AOC 발급비용은 얼마인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항공기 몇 대를 언제쯤 띄우는 게 좋을지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은 "공익채권과 회생채권 등 갚아야 할 금액의 규모, AOC 발급 가능성 및 운항 적정시기 등을 궁금해했다"며 "현재 전산 시스템이 닫혀있어서 확실친 않지만 회생채권 총액이 아무리 많아도 2000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퇴직금 등 공익채권 규모를 7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항공기 리스료, 공항사용료, 항공유류비, 금융채무, AOC 재발급 비용 등을 합친 회생채권 규모를 18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AOC 재발급 비용은 1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만약 인수 희망자가 공익채권, 회생채권 등을 모두 떠안는다면 단순 합계로만 25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익채권은 탕감되지 않고 우선해서 갚아야 하는 채권이다. 인수자가 공익채권 전액을 갚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를 우선 변제하고 회생채권을 최소화하는 방안, 공익채권 중 일부 계정항목을 변제해주는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A업계 관계자는 "기존 스토킹 호스(가계약 후 경쟁입찰)로 선정된 예비인수후보자가 500억원에서 1000억원 사이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안다"며 "14일 본입찰 때 가장 중요한 항목이 입찰금액의 규모이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인수후보자를 미리 정한 뒤 본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타나면 예비인수후보자에게 우선협상권을 주는 방식의 M&A다.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에 뛰어든 스토킹 호스 기업은 지역의 중소업체로만 알려졌을 뿐 공개되지 않았다. 만약 14일 본입찰서 원매자들이 이 기업보다 높은 금액을 적어낼 경우, 원매자들 중 한 곳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 회생법원은 스토킹 호스 기업에 우선협상권을 행사할지 묻고 약 3일 간의 시간을 주게 된다. 최종 인수 대상자는 21일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많아 경쟁이 뜨거울 것이란 전망이다. 쌍방울그룹의 광림-미래산업-아이오케이 컨소시엄과 하림그룹의 팬오션, 사모펀드 운용사 등 10여곳이 원매자로 예비실사에 참여했다.
M&A업계에서는 본입찰 평가항목에서 입찰금 규모의 비중이 가장 높고 자금 투자의 방식, 자금 조달 증빙 여부도 중요하다고 규정한 데 주목하고 있다. 자금 조달 방식이 유상증자인지 회사채 투자인지, 재무적투자자(FI)가 참여하는지 등에 따라 배점이 달라 여기서 차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인수 후 경영능력, 종업원 고용승계, 매각절차진행의 용이성 등이 비계량지표로 평가기준에 포함돼있다. 이스타항공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결국 채권단은 체불임금과 금융채무 등을 변제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M&A 후 채권단 설득 과정을 고려해서라도 회생채권을 얼마나 떠안고 금액을 적어내는지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