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결과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 저변에 광범위하게 흐르고 있는 세대교체와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서열과 경륜을 중시하는 보수당 대표로 원내 경험이 전무한 30대 중반의 비주류 정치인이 뽑힌 것은 대한민국 정치사를 통틀어 유례없는 일이다. 두 달 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소위 ‘이남자(20대 남성)’들이 보수당에 표를 몰아준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공을 세우고 정치권 주류로 올라선 ‘586 정치인’들에게 보내는 민심의 경고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그가 ‘공정 경쟁’과 ‘실력주의’를 내걸고 남녀 ‘젠더 갈등’이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다. 성별이나 지역 등 할당제의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면서 2030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정치적 소신도 뚜렷하다. 비례대표 대신 야당에선 쉽지 않은 지역구 의원에 연거푸 도전했다. 그는 종종 부산에서 여러 차례 국회의원에 도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가치를 위해 싸우는 게 정치”라고 말하곤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정권교체를 위해 ‘대안 정치인’을 바라는 반문(반문재인) 민심이 이준석에게 투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정치인의 기본 자질과 능력을 시험을 통해 검증하는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을 도입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는 “장년층 당원이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컴퓨터, SNS 등을) 공부한다면 선거 명함의 그 어떤 이력과 경험보다 유권자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선 승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범야권 대선주자를 국민의힘 내부로 영입해 경선을 흥행시켜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대선 승리 여부가 ‘정치인 이준석’의 정치생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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