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7] 에이비엘바이오, 부작용 적고 반감기 2배 늘린 이중항체로 내년 미국서 임상 1상

입력 2021-06-18 09:31   수정 2021-08-03 13:22

<p> ≪이 기사는 06월 18일(09:31)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최초로 이중항체 치료제의 해외 임상에 진입한 기업이다. 올해에만 미국에서 각각 다른 항암제 파이프라인 2건으로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다. 뇌질환 치료는 이 회사가 항암제 못지 않게 주목하고 있는 질환 분야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체의 BBB 투과율을 기존 대비 10배 이상 끌어올린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인 ‘그랩바디-B’를 보유 중이다.

신규 표적 IGF1R으로 BBB 투과율 높여
그랩바디-B는 ‘Y’자 모양으로 된 이중항체의 위쪽 말단엔 뇌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물을, 아랫쪽 말단엔 BBB 투과에 쓸 수 있는 물질을 붙이는 기술이다.

바이오젠이 알파시누클레인을 표적으로 삼은 단독항체 치료제 ‘신파네맙’로 임상 2상에 도전했지만 지난 2월 1·2차 충족점수를 채우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해외 제약사들은 BBB에서 많이 발현하는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아 수용체 매개 세포 투과현상을 이용해 뇌 신경세포로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약물을 설계하고 있다. 예컨대 로슈와 드날리테라퓨틱스는 BBB 투과율을 높이기 위해 트랜스페린 수용체(TfR)을 표적하는 물질을 수용체 매개 운반체(RMT)로 활용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파킨슨병 파이프라인인 ‘ABL301’도 RMT를 부착한 이중항체 치료제다. RMT의 종류는 로슈, 드날리테라퓨틱스 등의 것과는 다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인슐린유사생장인자 수용체인 ‘IGF1R’과 결합하는 분자 셔틀을 이중항체 말단에 달았다. TfR보다 IGF1R을 표적으로 삼을 때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고 체내 반감기도 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항체 물질의 BBB 투과율은 통상 0.1% 수준이다. 영장류 실험결과, ABL301은 단독항체 대비 13배가 높은 BBB 투과율을 나타냈다. 기존 BBB 플랫폼을 결합한 이중항체보다 약동학 데이터도 우수하게 나타나 혈액 속 약물 농도가 반으로 떨어지는 반감기도 2배가량 늘었다.

단독항체와 비교해도 반감기가 그다지 짧지 않다. 일반적으로 이중항체는 단독항체 대비 반감기가 짧은 편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원숭이 실험 결과, 기존 단일항체를 사용했을 때와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ABL301의 혈청 내 농도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항체 Fc 부분의 엔지니어링을 통해 반감기를 늘릴 수 있었다”며 “혈액 속에 약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결과적으로 BBB를 투과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MSA, 알츠하이머로 치료 영역 확장
ABL301의 또 다른 장점은 IGF1R을 통한 세포 내 신호전달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다른 장기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TfR은 뇌에서도 발현되지만 망상 적혈구세포 등 다른 부위에서도 나타난다. 이 때문에 동물실험에선 TfR 표적 항체치료제 투여 시 기절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IGF1R은 다른 표적 후보군 대비 상대적으로 뇌 내피세포에서 더 많은 양이 발현된다.

IGF1R 표적 이중항체는 리간드인 IGF-1, IGF-2나 인슐린 등이 IGF1R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ADCC)를 증가시키지 않아 독성 우려도 적은 편이다. BBB를 투과한 다음엔 ABL301 이중항체의 윗 부분이 활약할 시간이다. 이 윗 부분은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와 특이적으로 결합해 치료 효과를 낸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내년 6~7월 중 ABL3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예정이다. 임상을 위한 세포주 개발은 이미 마쳤다. 원숭이 독성실험과 일부 효능 데이터 확보만 남겨둔 상황이다. 다른 뇌질환 분야로도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알파시누클레인 축적으로 일어나는 또 다른 질병인 다계통위축증(MSA)이 고려 대상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MSA를 겪고 있는 동물모델에서도 운동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 대표는 “치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5년 이상 걸리는 파킨슨병과 달리 MSA는 1~2년이면 치료 결과를 알 수 있다”며 “희귀의약품 지정도 가능한 만큼 기술이전을 진행할 땐 MSA를 적응증에 추가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알파시누클레인 대신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항체를 붙여 다른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도 가능하다. 이 회사는 알츠하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파이프라인인 ABL303과 ABL304, 뇌 전이성 유방암 파이프라인도 개발할 예정이다.

“2021년은 글로벌 수준 성과 내는 원년”
에이비엘바이오는 내년에 ABL301을 포함해 총 3개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임상 궤도에 올려놓는다는 구상이다. BBB 투과율을 개선한 그랩바디-B 외에도 4-1BB를 표적으로 삼는 면역항암 이중항체 플랫폼인 ‘그랩바디-T’가 성숙단계에 올라섰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2016년 상장 이후 지금까지의 5년은 플랫폼 개발에 집중했던 기간이었다”라며 “향후 5년은 이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임상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 평가
<i>BBB 셔틀, 중추신경계 의약품 개발 성공률 높이는 키(key)</i>
<i>by 박재경 DB금융투자 연구원</i>
드날리테라퓨틱스는 지난해 8월 바이오젠과 플랫폼 기술에 대한 옵션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2월 해당 플랫폼을 적용한 파이프라인 임상 1상에서 CSF의 병리단백질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ABL301은 영장류 실험에서 투여 후 48시간 뒤 단일항체 대비 뇌에서 농도가 13배 높은 것을 확인했다. 추후 개발 진행에 따른 재평가가 기대된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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