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Z세대' 野 대표, 구태 걷어내고 정치혁신 마중물 돼야

입력 2021-06-11 17:53   수정 2021-06-1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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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 0선(選)’ 이준석 후보가 모두 합쳐 18선의 중진 4명을 꺾고 어제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예비경선 1위로 통과한 것도 이변이지만, 결선에서도 43.8%를 득표해 관록의 나경원 후보(37.1%)와 주호영 후보(14.0%)를 따돌린 것은 그의 돌풍이 일회성이 아니란 점을 입증한 셈이다. 30대 당대표의 등장은 헌정사 최초이거니와, 산업화·민주화 세대를 넘어 MZ세대가 전면에 등장해 한국 정치의 일대 전환을 예고한다.

30대 정치 신예의 제1야당 대표가 의미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만큼 국민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변화의 갈망이 크다는 방증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정당정치는 정치철학이나 정체성 없이 계파 이익만 중시하고, 유불리에 따라 국민과의 약속을 쉽게 저버리고, 의원 신분과 특권 옹호에만 여념이 없는 정략·무소신·보신 정치로 점철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대 국회 들어선 입법권 남용과 의원들을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동원체제가 더욱 기승을 부렸고, 586 정치인들의 불공정과 ‘내로남불’ 행태 또한 정치 쇄신 요구와는 거꾸로 갔다.

이런 ‘구태 정치’에 대한 국민적 혐오와 염증이 젊은 이준석 후보에 대한 기대와 지지로 투영됐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역대급 흥행(당원 투표율 45.4%)을 가져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보수 색채가 강한 국민의힘 당원들조차 안정보다는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 ‘안철수 현상’ 등에서 정치 신인의 한계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세대교체 지지가 절대 불변은 아닐 것이다. 이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공존, 화합, 공정, 변화’를 강조했지만 기성 정치권과의 소통, 당 장악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민의힘에 유권자의 관심과 기대가 몰린 것도 스스로 잘해서라기보다 여당의 독주와 오만의 정치가 만들어낸 반사 이익이란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수권 정당으로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 구분 없이 쇄신하지 못하는 정당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의 정치 지형이다. 자극받은 민주당이 혁신의 기치를 더 높일 수도 있다. 30대 젊은 리더의 등장이 마중물이 돼, 여야가 구태 정치와 결별하고 혁신과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정치 선진화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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