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공동성명(코뮈니케)에 중국을 향한 비판을 담았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 전략에 주요 선진국이 뜻을 함께했다는 의미가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G7 정상들의 공동성명에 ‘미국의 뜻’을 관철시켰다는 평가다.
G7 “신장·홍콩 인권 존중해야”
G7 정상들은 영국 콘월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마무리하고 13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족과 홍콩의 인권 문제 및 대만 문제, 비(非)시장적 정책과 코로나19의 기원 문제 등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G7 정상회의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향해 “신장의 인권과 자유,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지킬 것을 촉구함으로써 우리의 가치를 증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평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또한 시장에 반하는 중국의 정책과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적인 접근을 계속 협의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여기에 코로나19 기원을 재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 백악관은 공동성명이 나오기 전 “미국과 G7은 세계 공급망에서의 모든 강제노동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 신장이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이라고 발표하며 이번 공동성명에 미국의 역할이 컸음을 시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7을 대중국 전선에 합류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공동성명에 중국 문제를 언급하는 데 합의하기까지 G7 정상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견제라는 큰 틀에는 동의가 이뤄졌지만 각론에서는 의견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화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독일은 연간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G7 중 유일하게 중국의 경제 영토 확대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동참한 이탈리아도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일로에도 맞불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일대일로에 대항해 글로벌 인프라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에 이어 공동성명에까지 G7 정상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 백악관의 지난 12일 발표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경쟁 방안을 논의하며 글로벌 인프라 투자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출범 합의를 주도했다. B3W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더 나은 재건’에서 따온 명칭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주도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 요구에 부응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백악관은 “2035년까지 개도국이 필요로 하는 40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돕기 위해 G7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가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그 규모와 야심은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재건을 위해 미국이 진행한 ‘마셜플랜’을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B3W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신(新)실크로드 전략’이다. 철도·항만·고속도로 등 수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뼈대로 한다. 중국은 이를 통해 세계 100여 개국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中 “작은 그룹의 시대 지났다”
이미 G7 정상회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12일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웹사이트를 통해 “작은 그룹(G7)의 국가들이 글로벌 결정을 지시하는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은 사이비 다자주의”라고 주장했다.한편 G7 정상들은 코로나19 백신 10억 회분 기부를 목표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G7 정상들은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을 15%로 하기로 승인했다.
안정락/이고운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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