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디지털 치료제 육성, 독일을 벤치마킹하자

입력 2021-06-14 17:15   수정 2021-06-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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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업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디지털 치료제’는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정부 관계자나 언론에서도 디지털 치료제가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헬스케어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디지털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미래 의료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1년 21억달러(약 2조3478억원)에서 2025년 69억달러(약 7조7142억원)로 연평균 26.7%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규제 정립이 이뤄지고 있고, 관련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은 2020년 1월 발효된 디지털 헬스케어 법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의 수가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로 인정받은 앱에 대해서는 1년 동안 임시 수가 보장 및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향후 그 효과에 관한 결과를 통해 정식 수가를 반영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모든 프로세스의 속도다. 독일 정부는 디지털 치료제가 만족해야 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가이드라인을 만족시킨 앱을 심사해 3개월 만에 임시허가를 내준다.

이런 빠른 진흥 정책으로 독일에서는 수많은 디지털 치료제 앱이 탄생하고 있다. 우울증, 비만 관리, 불면증, 고혈압 관리, 근골격계 통증 훈련 등 다양한 질병군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업은 개발한 제품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안감 없이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독일은 국민의 90% 정도가 공적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고, 연간 의료비 지출액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큰 나라로 알려져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연방보건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법을 논의하기 시작해 법제화하기까지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우리나라도 최근 전 세계 추세에 맞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디지털 치료제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헬스 의료기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 심사 인력의 지속적 확충과 디지털헬스 전담부서 신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넓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지급 체계에 대한 경직성은 우리나라 헬스케어의 고질적인 문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급여 항목을 통제하는 나라다. 국민의 건강보험 재정을 써야 하는 급여 항목은 철저한 유효성 및 경제성 검증이 필요하지만, 민간의 자유로운 지급 영역에 있는 비급여 항목까지 과도하게 통제하다 헬스케어 혁신을 저해하는 자충수를 둬선 안 될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의 지급 체계에 대해 고민하고, 관련 워킹그룹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언론 등에 따르면 아직 국내 디지털 치료제 허가 사례가 없어서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가 급여권에 안착한 해외 사례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디지털 치료제의 지급 체계 방향성을 조속히 정한다면 미래 헬스케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디지털 치료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한층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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