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경제학에서 일찍이 기본소득을 주장한 사람은 시장경제주의 주창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다. 프리드먼은 1962년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라는 책에서 음(-)의 소득세를 제시했는데, 이는 사실상 기본소득제도다. 프리드먼이 이 제도를 제안한 이유는 사람들이 선택의 자유를 가지도록 보장하고 정부가 비효율적으로 개인의 경제활동에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 126가지의 정부 복지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개인에게 현찰로 기본소득을 줘 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세제 구조는 다음과 같다. 소득 6000만원을 기준점으로 그 이상에는 20%의 소득세를 징수하고, 그 이하에는 모자라는 액수에 대해 20% 음의 소득세, 즉 보조금을 주는 조세제도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소득이 0인 사람은 1200만원을 받고 소득이 2000만원인 사람은 6000만원에 모자라는 4000만원에 대해 20% 음의 소득세, 즉 800만원을 받아 2800만원의 최종 소득을 벌게 된다. 이에 비해 소득 6000만원 혹은 그 이상을 버는 사람은 6000만원까지는 소득세 감면을 받게 되므로 소득이 0인 사람이 기본소득으로 받는 것과 같은 1200만원을 감면받는다.
프리드먼이 이런 제도를 주장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복잡한 복지제도를 시행하는 데 들어가는 행정비용을 없애는 것, 둘째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것, 셋째 복지제도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 넷째 사람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 그리고 다섯째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복지제도를 단순화해 행정비용을 절감하자는 것이다. 이는 작년에 모든 사람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과 비슷한 이유 같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미국을 비롯한 모든 현대국가는 매우 복잡한 복지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단순화해 비효율을 없애자는 것이지 사람들의 소득액을 모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같은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위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의 소득세를 도입하기 위해 개인 소득수준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현행의 복지제도를 모두 정리해야지 그를 유지하면서 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비효율을 그대로 둔 채 추가 복지지출만 늘리는 것으로, 이는 프리드먼의 생각이 아니다.
일반 복지제도가 하듯이 사용처를 정한 지원 대신 현찰을 직접 지급하면 사람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데 사용할 테니 선택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 이는 프리드먼이 가장 중요시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경기 부양과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지만, 생계가 막연해 하지 못한다면 기본소득은 그런 선택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조건 없이 같은 액수의 돈을 나눠 줄 때 경제학이 목적하는 바는 유인의 왜곡을 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세를 걷으면 일할 때마다 버는 돈 중에 세금만큼 자기 것이 안 되니 열심히 일할 유인이 줄어든다. 프리드먼은 이를 피하기 위해 일정 액수까지는 세금을 걷지 않아 유인의 왜곡을 없애자는 것이다. 물론 동등한 보조금 지급을 통해 평등이라는 목적도 달성하지만 이는 부차적 문제다.
위에 설명한 음의 소득세는 모든 사람에게서 일정 액수의 기본소득을 나눠 주면서 일정한 세율로 소득세를 걷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을 쉽게 증명할 수 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이 점을 설명하면서 굳이 복잡하게 음의 소득세를 계산할 필요 없이 일정 액수를 기본소득으로 나눠 주고 모든 사람에게서 소득세를 걷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 역시 행정비용 절약을 위한 것이지 개인의 소득액을 모르니 모두에게 같은 액수의 돈을 나눠 주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류경제학이 생각하는 기본소득제도만이 올바른 정책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주류경제학도 기본소득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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