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게임회사 크래프톤이 다음달 국내 증시 입성을 결정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역대 최대 몸값의 스타트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첫 사례인 데다 중복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어라는 점에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은 공모주 투자 열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과 크래프톤 임직원,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보유 지분 가치가 상장 이후 얼마나 불어날지도 관심사다.
증권가는 일반청약에 수십조원의 뭉칫돈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장외시장에서 크래프톤의 주가는 57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증권사별 중복청약이 가능하다는 점도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20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부터 중복청약을 금지한다. 최근 상장한 조(兆)단위 공모주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중복청약 덕분에 지난 4월 일반청약에서 사상 최대인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이번에도 최소 청약증거금만 넣고 증권사별로 공모주 1주씩을 받기 위해 개인투자자가 대거 몰려든다면 또 한번 신기록을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주당 가격이 높아 소액 투자자의 청약 건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 청약 단위인 10주를 청약하는 데도 약 300만원이 필요하다. 크래프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사 NH투자증권, 인수단인 삼성증권 등 세 곳에서 청약할 수 있다.
상장 후 주가 흐름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SKIET가 상장 첫날 개장과 함께 공모가의 두 배가 넘는 22만2500원까지 올랐다가 금세 내리막을 타면서 대어급 공모주라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에 성공했던 지난 3월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나노씨엠에스, 에이치피오, 진시스템 등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기업 주가가 상장 이후 줄곧 공모가를 밑도는 일도 생기고 있다.
장 의장으로부터 1000억원어치(장외 시가 기준) 회사 주식을 증여받게 될 임직원 역시 대규모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약 2100명인 임직원뿐만 아니라 올해 입사 예정인 직원까지 증여 대상에 포함된다. 직원 한 사람이 받는 주식 규모만 3000만원어치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들은 우리사주제도를 통한 공모주 청약 기회도 추가로 얻는다. 지난 3월 말 기준 크래프톤 정규직원 수는 1211명이다. 주가가 공모가보다 크게 오를 경우 단숨에 억대 평가이익을 볼 직원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신입사원도 증여 주식과 우리사주를 포함해 수천만원에서 억대 수익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다만 임직원 보유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로 묶이기 때문에 내년 7월에도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아야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오래전 이 회사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도 대규모 투자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김진성/전예진 기자/사진=신경훈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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