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협력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협력사들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안에 협력사별로 필요한 ESG 지원이 무엇인지를 조사해 상생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금융 지원, 경영 컨설팅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맞춤 처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협력회사 리스크 통합관리시스템인 ‘G-SRM’을 운영 중이다. 협력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25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공장 구축지원 사업도 ESG 경영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생산 공정을 전산화·고도화하면 ESG 관련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포스코건설도 ‘포스원’으로 불리는 협력업체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했다. 포스원의 역할은 G-SRM과 비슷하다. 협력사의 공사계약 내역, 납기 일정 등의 정보를 들여다보고 문제가 될 만한 요소가 있는지를 찾아낸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LG전자는 지난 9일 250여 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안전관리 우수 사례를 소개하고 ESG 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한 대기업 ESG 담당 임원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기관투자가도 개별 기업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ESG 수준을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협력사에서 오염물질이 누출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해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애플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전 세계 협력업체 110여 곳에서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 서울반도체 등이 탄소중립 협력사 명단에 포함됐다. 이 기업들이 애플과의 거래를 이어가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계약 대상 기업뿐 아니라 그 회사가 거래하는 공급망까지 들여다본다”며 “국내 대기업 입장에선 싫든 좋든 협력업체의 ESG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SC 측은 탄소를 줄이지 않는 공급업체와 거래를 중단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비율이 2024년 62%, 2025년 7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움직임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 있다고도 했다. SC는 2030년 한국 공급업체들의 잠재적인 수출 손실 규모가 최대 1425억달러(약 15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빈/김대훈 기자 lsb@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