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리서치와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 주립대 연구진은 최근 SRA 실험실에서 140㎓(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에서 통신 시스템을 실험했다. 그 결과 15m 거리에서 6.2G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1Gbps는 1초에 약 10억 비트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는 속도를 뜻한다. 6.2Gbps면 4GB 용량 영화 한 편을 4~5초 만에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실험 결과에 의미를 두는 건 6G 영역인 140㎓ 대역의 기술적 난도 때문이다. 6G를 구현하려면 100㎓~10㎔의 높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 현재 상용화된 5G의 주파수 대역 3.5~28㎓보다 크게 높다. 100㎓ 이상 주파수 대역에선 장애물에 따른 전파 경로 손실이 크고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지는 문제가 있어 고도의 통신 기술이 요구된다. 삼성전자의 6G 시연 성공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기술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100㎓ 이상 주파수 대역에서 데이터 전송 시연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전자 외에 화웨이, 노키아 등 극소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이번 시연을 무선주파수 집적회로(RFIC)와 안테나, 베이스밴드 모뎀까지 통합한 통신 시스템 안에서 실시했다는 것도 두드러진 성과다. 보통 통신 기술 시연은 RFIC 또는 모뎀 역할을 하는 계측 장비와 안테나만을 이용해 간소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이와 달리 실제와 가까운 통신 시스템에서 시연에 성공함으로써 6G 기술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고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6G무선방식연구실장은 “100㎓ 이상 대역에서 통합된 통신 시스템으로 기가급 전송 속도를 구현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6G가 상용화되면 영화에서나 보던 ‘꿈의 기술’이 현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현실과 가상세계의 구분이 없어지는 궁극의 메타버스나 로봇으로 무인 수술을 하는 게 대표적이다. 대도시에서 수백만 대의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숙제가 많다. 전송 거리 15m는 짧은 게 사실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 6.2Gbps도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 20Gbps에 못 미친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좀 더 긴 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6G 통신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기술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6G 핵심 부품과 장비의 기술 표준화도 필요하다.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에서 6G 표준 제정 작업에 착수했는데, 완료되는 데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성현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장(전무)은 “5G도 상용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동통신 기술의 한 세대가 10년인 점을 고려하면 6G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6G 시대 기술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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