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이주에서 촉발된 ‘전세난’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인근 동작구, 강남구 등을 넘어 강북권까지 전셋값이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신규 전세 매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실거주에 나서는 집주인까지 늘면서 전세 매물의 씨가 마르고 있다. 급등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자극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특히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몰린 서초구 전셋값은 이번주 0.56% 올라 6년여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2015년 3월 셋째주(0.66%)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 등 재건축 단지 4000가구가 이주를 시작하면서 반포, 서초, 방배동 등 인근 전세시장에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초구에선 보증금 20억~30억원 이상의 고가 전세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35㎡는 지난 11일 전세보증금 33억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주택형이 올해 초 23억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불과 5개월 만에 10억원이 오른 셈이다. 같은 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전세보증금 20억원에 거래가 됐다. 2년 전인 2019년 5월 매매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초구와 생활권이 비슷한 동작구(0.20%) 전세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113㎡는 지난달 19일 전세보증금 18억원에 거래를 마친 것으로 신고됐다. 지난해 11월 14억원 대비 4억원 올랐다. 흑석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단지별로 계약이 가능한 전세 물건이 한 손에 꼽을 정도”라며 “중개업자들이 집주인들에게 전세 내놓을 계획 없냐며 매물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강북권에선 강북구(0.13%)가 미아동 신축 아파트 위주로 많이 올랐다.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 전용 113㎡는 지난 16일 7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져 3월(6억3000만원) 대비 3개월 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현재 시장에 단 하나 남은 물건의 호가는 8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세 주요 공급원이 되는 신규 입주 물량까지 줄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로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 등과 비교해 크게 감소한다.
오른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세금 충당을 위해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며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매매가격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2%로 지난주(0.11%)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2019년 12월 셋째주(0.20%) 이후 약 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노원구(0.25%) 서초구(0.19%) 송파구(0.16%) 강남·동작·마포구(각 0.15%) 등이 많이 올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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